카지노업계 뒤통수 맞고 흔들...파라다이스 직격탄


 

▲ 관광공사의 카지노사업체 초대 사장에 선임된 박정삼씨. 국정원 고위관료 출신이란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사장의 인선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한국관광공사가 카지노 사업 진출 채비를 갖춘 가운데,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카지노업계 고급 인재들이 공사 측 카지노회사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경영진 인선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특히 국정원 고위간부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된 점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공사 측 카지노회사는 앞으로 1,593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할 계획이어서 카지노업계는 조직의 붕괴까지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선 벌써 1/4 가량의 인원이 빠져 나가버린 상태라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업계는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예산을 지원 받는 공기업이 업계의 경영을 위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비난과 함께, 공기업이 일을 벌였으니 국가 차원에서 전문인력 양성소를 하루 속히 가동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9월 14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카지노 자회사인 (주)그랜드코리아레저(가칭)를 출범시키는 자리였다. 관광공사가 300억원의 자본금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회사.

초대 사장으로는 국정원 국내2차장을 지낸 박정삼씨가 선임됐다. 회사 이름은 10월중에 확정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2곳과 부산 1곳 등에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전용 카지노를 개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던 시간, 카지노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공기업이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업계에 뛰어들어 경쟁하겠다고 저러니 힘이 빠진다”면서 “경쟁 시작도 하기 전에 알짜 인력들을 쏙쏙 빼내가는, 말하자면 더티플레이부터 하고 있는 판국이라서 더욱 힘들다”고 푸념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러다간 강원랜드 등장하면서 업계가 혼란에 빠졌던 전철을 그대로 또 밟게 될 분위기인데, 공기업이 정말 이런 식으로 나와도 돼나”고 비난했다. 공기업이 다른 사업도 아닌 사행사업에 진출하면서 온갖 잡음을 일으키는 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태세다. 문화관광위원회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사업초기라는 관광공사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현직 카지노 회사의 직원을 대거 채용하여 기존 업계의 경영에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국가 예산을 지원 받는 공기업으로서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금번 국정감사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주문할 방침”이라고 했다.

카지노 업계는 실제로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제주 파라다이스 쪽이 가장 심각하다.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카지노바(bar) 쪽으로 가는 인력까지 합해서 관광공사로 빠져나간 인원이 최근 들어 40~50명 정도나 된다”며 “200명 가량의 서비스 종사자들 가운데 1/4이 나가버린 상태라 인원충원 문제가 심각한 수준을 이미 넘어서 버렸다”고 말했다.

또 “어제(8월 14일)도 7명이나 사직서를 쓰고 나가버렸는데, 정말 못해먹겠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파라다이스도 ‘제주’만큼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닥치게 될 인원유출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카지노 업계에 따르면, 고객을 상대할 정도의 서비스 수준을 갖추려면 3년 이상의 경력이 쌓여야 한다.

인력들은 주로 대학의 카지노학과에서 수급되는데, 이들은 현장에 배치되면서 다시 교육 과정을 거쳐 전문가로 성장한다.

업계는 관광공사가 뽑아가고 있는 인원들이 대부분 ‘잘 키워 놓은’ 전문인력들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특히 카지노 운영의 핵심 요원들인 대외영업 담당 마케터들이 관광공사의 ‘콜’을 받고 떠나는 중이어서 심각한 경영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노웅래 의원이 관광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실시된 경영부문 채용 36명 중 80%에 달하는 28명이 현재 카지노 회사에 근무 중인 직원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회사 출신이 아닌 나머지 8명의 경우에는 전산직 직원으로 실제로 채용인원 전부를 기존 업계 직원으로 채운 셈이다. 특히 합격자 28명 가운데 파라다이스 카지노 출신이 21명에 달했다.

향후 계속적인 충원이 필요한 서비스 쪽 전문인력의 이동까지 감안할 때, 파라다이스 측의 피해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공사는 카지노 사업과 관련 일반직 498명, 딜러 986명 등 총 1,593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는 인원유출을 막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써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 인원 유출을 염려한 파라다이스는 관광공사 카지노의 서류전형에 합격한 일부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또 업계는 관광공사를 항의 방문해 경력직 직원의 대량 채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카지노 업계가 일대 혼란을 겪으며 패닉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대안으로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을 빨리 가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 설립 때도 전문양성소를 잘 가동해서 기존 업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해놓고 결국 심각한 피해를 주면서 뒤통수를 쳤는데,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관광공사 측에서는 ‘인력 빼가기’ 지적과 관련 “사업 초기에 경력사원을 채용하다 보면 기존 업체로부터 경력자를 뽑는 것은 불가피한 점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해가 좀 필요한 것 같고, 사실 채용규모가 1,600명에 달하는데, 이에 비하면 다른 데 다니다 온 사람들 수는 극히 적은 인원 아니냐”고 했다.

한편 초대사장으로 선임된 박정삼씨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박 신임사장은 노무현 정권 초반 감짝 인선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줄곧 언론계에 몸담았던 박 사장이 국정원 국내 2차장에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었다. 국정원 간부가 카지노 사장이 됐다는 것도 그리 설득력 있는 인선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관광공사 노조측에서는 “카지노 부문이 자회사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그 쪽 회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입장은 못되지만 신임사장이 국정원 출신이란 점에 대해 대부분 의아하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또 “카지노 쪽 사업이 자회사로 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을 정말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됐다”면서 “리더가 국정원 출신이라 그런지 쉬쉬하면서 일을 처리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드라마 ‘올인’의 실제 인물인 차민수씨가 상임이사가 된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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