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출입금지 “여성만 오세요”


 

▲ 서울 남부터미널에 위치한 N모텔은 들어서는 입구에 "여성을 위한 편안한 휴식처"라는 내용의 이색 플랜카드를 걸고 여성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여관은 눈 먼 할머니가 운영할수록 잘 된다’는 얘기는 시대와 함께 사라졌다. 최근 모텔들은 각종 첨단 기자재와 이색 테마로 모텔방을 꾸미는 것은 물론, 회원전용 적립카드와 할인쿠폰이 등장해 커플들 사이에서 각광 받고 있다. 또,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이벤트까지 열려 ‘러브모텔’에서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선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여성전용 객실’까지 등장하는 등 여심 공략에 나섰다.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20·30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아 경쟁 업체와 차별을 두겠다는 것.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이색테마 모텔의 실태와 서울 남부터미널과 역삼동,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등장한 ‘여성전용 객실’에 대해 알아봤다.

이제 모텔은 젊은 여성들에게 있어 편안하게 드나들며 파자마 파티를 하거나 혼자 찾아 스트레스를 풀며 오락을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말 그대로 불륜 커플이 찾는 ‘어둠의 공간’이 아닌 ‘놀이터’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색테마 모텔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인터넷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 카페 ‘모텔투어’와 ‘모텔가이드’ 회원들은 모텔을 이용한 뒤 “2인용 월풀 욕조에 깔끔한 장식이 맘에 든다” “42인치 티비로 최신 디브이디를 보니 꼭 영화관에 온 것 같다” “장미꽃으로 장식된 욕실에 티비도 있어 너무 좋았다” 등 후기와 사진을 올린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최근 서울 강동구 길동에 소재한 H모텔은 여느 모텔에서 볼 수 없던 테마로 방을 꾸며 많은 연인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15층에 위치한 VIP룸은 화끈(?)하게 천장을 뻥 뚫었다. 유리를 통해 밤하늘의 별을 보고, 비가 올 때는 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 맑은 날엔 비 오는 풍경을 재연할 수 있도록 천정 바깥에 분수장치까지 마련했을 정도다.
또 H모텔의 ‘SM방’은 수갑을 채울 수 있는 X자형 철빔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고, 야외 욕조와 선탠 의자 등이 발코니에 놓여있다.

강북의 S모텔은 ‘일본관’ ‘한국관’ ‘유럽관’ 등 각 나라의 특색을 살려 한껏 멋을 부렸다.
테마 모텔의 첨단 멀티미디어 시설은 특급 호텔 이상이다. 평면 고화질 HD TV가 설치된 것은 벌써 옛날 얘기가 됐다. 이제는 모니터의 크기가 얼마나 큰 지가 관건으로 자리잡혔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S모텔은 5.1채널 오디오와 45인치 대형스크린, DVD플레이어 등 DVD방에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남자친구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김모(여·24)씨는 “모텔에 따라 최신식 디브이디를 2편에서 3편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며 “시간에 쫓긴다는 단점 외엔 사생활이 보장돼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신세대들을 겨냥해 ‘게임방 모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역삼동 I모텔은 플레이스테이션2와 여러 대작 게임 타이틀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멀티미디어 이용료는 특급호텔과 달리 대부분 무료다.

김씨에 따르면 모텔엔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컴퓨터도 있어 PC방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세대 커플들 사이에서 최상의 데이트 장소로 손꼽힌다. 심지어 방안에 작은 수영장을 갖춘 모텔도 있다. 수원의 M모텔은 이런 객실을 6개 운영하고 있다.
일부 모텔은 적극적인 회원관리와 경품 이벤트로 차별화에 나섰다.

적립카드제를 도입한 K모텔은 회원이 이용할 때마다 5,000원을 적립, 일정액 이상 적립시 특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남부터미널 부근에 위치한 I모텔은 쿠폰으로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한 모텔 관계자는 이색테마 모텔 등장 경위에 대해 “주위의 눈길을 피해 어둡고 칙칙한 여관을 찾아가는 시대보다 성의식이 개방됨에 따라 이런 현상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생활이 보장된 장소에서 다양한 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은 것 같다”며 “이삼 만원이면 대 여섯시간 동안 다양한 서비스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점 또한 알뜰 커플들에게 인기를 얻게된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분만 모십니다”

이색테마 모텔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 강남 남부터미널, 역삼동, 강남역,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여성전용객실이 등장했다. 20·30대 여성들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여성전용객실은 이성커플이 아닌 여성만을 위한 공간으로 실내디자인에서부터 가구까지 여성이 원하는 스타일로 방을 꾸몄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를 끄는 모텔은 대실 시간이 길고 욕조가 좋아야 하며, 무엇보다 청결해야 한다.

이벤트 모텔인 강남 남부터미널에 위치한 N모텔은 다른 이색테마 모텔과는 달리 들어서는 입구에 ‘여성을 위한 편안한 휴식처’라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볼 수 있다.
올 6월 평범한 모텔에서 이벤트 모텔로 변신을 시도한 N모텔은 3층 로비에 성인용품자동판매기를 설치했다.

자판기에 진열된 제품은 ‘애무용 진동볼. 보다 강한 것을 원할 때, 일본선 개인침실필수품, 비밀의 문 통과시 콘돔사용, (자동)강약조절’ ‘굵고 강하게, 남성이 착용하거나 애무시 사용, 여성은 자위용’ ‘흥분젤, 살짝 찍어 살살 문질러 주세요’ 등 보기에도 민망한 글로 여성 고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용 마스크 팩을 서비스로 제공하며, 구두를 닦아주는 등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벤트 모텔에선 하루에 두 건 정도 이벤트를 진행한다. 풍선을 매달고 바닥과 욕조에 장미를 깔아 특별함을 강조하는 등 일반 모텔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N모텔 관계자는 “여성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이벤트를 열어 대실 요금을 줄이는 반면, 시간을 2시간 연장했다”며 “말이 2시간 연장이지 손님이 나오기 전까진 되도록 전화를 안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 회사가 많아서 직장동료들끼리 많이 찾아온다”며 “주 5일제로 인해 금요일과 주말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객실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M호텔 관계자는 “여성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갖춰 객실 인테리어도 새롭게 바꿨다”며 “일반 욕조 대신 거품이 발생하는 욕조를 설치하고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고 자랑했다.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여성전문모텔의 한 관계자는 “싱글족을 위해 다양한 기구를 구비해 뒀으며 낮 시간 여성에겐 특별 할인을 해준다”고 안내했다.

여자친구들끼리 가끔 모텔에 놀러가기도 한다는 윤모(20·여)씨는 “밤새 놀자는 친구 두세 명이 모이면 MT를 가는 기분으로 술을 사들고 모텔로 간다”며 “가끔은 혼자 가기도 하는데 모텔이 집보다 더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에선 식구들이나 옆집을 신경 써야 하지만 모텔에서는 신경쓸 것이 없어 편하다는 것.

전문직에 종사하는 황모(26·여)씨는 “남성들이 사용한 적이 없어 위생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며 “좋은(?) 모텔은 직장 동료에게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박지영 기자
blog.naver.com/pjy0925


모텔의 이유있는 변신
비즈니스텔·관광텔·타임텔·무인텔 등

모텔중에는 비즈니스 고객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특성화한 모텔도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B호텔은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여의도 지역의 기업이나 선물거래소 등을 찾아온 사업가가 주요 고객인 이곳은 모텔에서 지내기도 마땅찮고 비용 문제 때문에 일급호텔을 선택하기 어려운 기업의 중간간부 등이 많이 찾아온다.
처음부터 여의도를 찾아온 사업가를 타깃으로 삼은 B호텔은 일반 모텔과 달리 조식를 제공하며,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한 회의실도 운영한다.

가지각색 모텔들

호텔 관계자는 “일반 호텔로 알고 남녀가 짝을 지어 잠깐씩 쉬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실 손님보다 비즈니스 손님을 더욱 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객실에서 편안히 일을 할 수 있도록 객실에 컴퓨터를 설치했으며 따로 랜선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팩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중저가 숙박영업을 하는 관광텔은 외국 여행사나 여행관련 숙박시설 예약 사이트를 통해 손님을 받고 있다.

관광텔로는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S호텔이 대표적인 예다. 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이곳 투숙객의 70% 정도가 일본 등에서 온 외국인이다.
테마모텔로 시작한 S호텔은 거의 대부분을 예약제로 운영하며,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덕택에 예약률이 높은 편이지만 일반 투숙객의 수는 많지 않다.

원래 테마모텔로 출발한 S호텔은 한식풍과 유럽풍 등 객실별로 각각 다르게 꾸며져 있으며, 거품욕조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 무료 음료, 무료 팩스·프린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곳 역시 비즈니스텔과 마찬가지로 유지보수비가 적게 든다.
게다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90%가 일본인으로 이들의 깔끔함 덕택에 보수비용은 더욱 줄어들었다는 것이 호텔 관계자의 말이다.

관광텔에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이 항시 근무하고 있으며, 원하는 경우엔 관광안내를 하고 있다. 또 김과 김치, 고추장 등 한국의 특산품을 판매한다.
비즈니스텔과 관광텔 외에도 여행지에 있으면서 주로 예약제로 운영되는 여행텔이나 대학가나, 신촌 등 모텔이 밀집한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타임텔(시간별로 요금을 받는 모텔).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손님을 대상으로 주차공간부터 객실요금 정산까지 모든 것을 무인으로 처리하는 무인텔 등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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