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센터 불법행위 백태


 

불법채권추심에서 살인청부까지…돈 되면 뭐든한다
불륜현장 7∼10일이면 적발, 비용만도 200만원 상당

사람의 목숨을 사고 파는 ‘살인시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청부살인사건 대부분이 불법 인터넷 흥신소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불법 심부름센터가 판을 치는 이유는 현행법상 흥신소가 단순 서류업무 대행업소로 분류돼 있어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불법 업체들의 기상천외한 사건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흥신소의 불법도청이 현재 도를 넘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 흥신소를 중심으로 확인해본 결과, 실제 그들은 일정액의 목돈만 쥐어주면 통상적인 불륜관계는 물론 도청에서부터 개인정보 유출, 기업기밀 누설에 대한 의뢰까지 받고 있었다. 한 심부름센터의 경우 불륜 등 남녀관계를 조사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7∼10일 사이로, 비용만도 200만원 가량이나 됐다.

많은 비용이 드는 것에 대해 그들은 일제히 자신의 도·감청 행위는 거의 국가 정보기관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비용이 비싼 이유에 대해 한 심부름센터 직원은 “100만∼150만원의 요금을 받는 곳도 있으나 확실한 일 처리를 원한다면 큰 업체에 맡겨야 한다”며 “의뢰인이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면 피조사자가 자주 드나드는 곳에 녹음기나 도청기를 설치해 모든 언행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흥신소는 “다른 업체와는 달리 우리는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어 야외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까지 내용파악이 가능하다”며 “일단 대상자가 포착되면 실패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으스대기도 했다.

흥신소 범죄 백태

돈을 받고 특정인의 e-메일이나 메신저·게임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청부 해킹’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e-메일과 신상정보를 캐낼 수 있는 ‘사이버 흥신소‘시대가 온 것.

회사원 강모(26·여) 씨는 지난 7월 자신의 e-메일 사이트를 확인하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군가 자신에게 온 편지를 전부 삭제했기 때문이다. 가입돼 있던 커뮤니티 카페는 물론 개인정보까지 바꿔져 있었다.

평소 이를 의아히 여겼던 강 씨는 최근에야 어떻게 영문인지 알게됐다. 오랫동안 사귀어 왔던 남자친구가 최근 강 씨와의 사이가 소원해지자 그녀에게 애인이 생긴 것으로 의심, 전문 해커를 고용해 e-메일을 해킹한 것이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비번 해킹’ ‘비밀번호 해킹’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킹을 부탁하는 네티즌들이 수십명에 달할 정도로 e-메일 해킹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해킹을 의뢰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배우자나 여자 친구의 e-메일을 몰래 엿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게임을 하다 도둑 맞은 사이버 머니나 게임 아이템을 되찾기 위해서 등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한 심부름센터 게시판에는 경쟁 회사의 e-메일을 해킹해 준다는 글도 올라와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전문 해커들은 의뢰인과 접촉, 이들이 원하는 특정 ID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전달해준다. 이들의 수고비는 10만∼20만원 선이며, 임무 완수 기간은 이르면 하루에서 이틀 정도고, 늦어도 일주일이면 마무리된다고 한다.

기자가 접촉한 한 전문 해커는 “컴퓨터에 침투해 중요한 파일을 빼올 수도 있고, 애인이나 직원의 e-메일을 감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커들은 의뢰인이 요청한 사람의 e-메일로 사진파일이나 음악메일 등을 보낸다. ID 주인이 호기심에 문제의 파일을 클릭하면 가짜 로그인 페이지가 화면에 뜨고, ID 주인이 입력한 비밀번호가 해커에게 전달된다.

해커들은 ‘넷버스’나 ‘스쿨버스’와 같은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3만∼4만원에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8일 경기도 성남에서 흥신소를 통해 옛 애인의 약혼녀를 청부 살인한 김모 여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흥신소 대표는 김 씨에게 1,200만원을 받고 지난해 6월 14일 오후 9시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옛 애인의 약혼녀인 장 씨를 흉기로 2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있다.

인터넷 흥신소를 통해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0년 말.
자살사이트를 통해 알게된 회사원 김모(당시 29) 씨로부터 “용기가 없어 자살을 못하니 나를 죽여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원을 받고 김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윤모(19) 군이 경찰에 구속되면서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살인도 버젓이 성행

그 후 3년이 지난 2003년, 인터넷 청부살인 사이트는 본격적으로 활성화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2003년 12월 불륜 관계가 들통날 것을 걱정해 인터넷을 통해 해결사를 고용, 내연의 남자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이모(39·여) 씨와 청부해결사 2명 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올 2월과 3월에는 억대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자녀를 살해해 달라고 의뢰한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미니인터뷰] 사이버 흥신소 관계자
“무엇이든 가능하다”

지난 12월 19일 심부름센터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남편의 불륜 현장을 대신 확인’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 문의해 보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들 중 일부는 기자에게 구체적인 금액과 방법까지 제시하며 직접 만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메일을 통해 나누었던 대화내용의 일부이다.

-불륜현장 덮치는 게 전문이라던데.
▲그렇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만났는지 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시간대별로 조사해 준다. 그와 동시에 비디오 촬영도 하는데 이는 나중에 증거자료로 고객한테 제공한다.
-안 들킬 자신 있나.

▲초소형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 들킬 염려가 없다. 이는 내가 장담한다.
-초소형 카메라라고 함은.

▲양복단추와 와이셔츠 단추가 카메라로 되어 있어 귀신도 모른다. 남편이 여자랑 걸어갈 때 옆에 스치듯 지나치면서 촬영한다.

-‘쌍둥이폰’이라는 것도 있다던데.
▲남편 전화랑 똑같은 휴대폰 하나를 만드는 것을 일명 ‘쌍둥이폰’이라 한다. 쌍둥이폰만 있으면 남편에게 오는 문자 메시지는 물론 발·수신자 전화번호까지 다 알 수 있다. 쌍둥이폰 하나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00만원이다.

-만약 남편이 바람난 것으로 드러나면 혼내는 것도 가능한가.
▲당연하다. 원하시는 만큼 해준다.

-경찰에 들킬 염려는 없나.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해 마무리하기 때문에 들킬 염려는 없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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