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너무해


 

1억5,000만원 갚기 위해 범행 저질러
훔친 택시로 부녀자 금품 뺏고 성폭행

지난 12월 5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훔친 택시에 승객을 태운 뒤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을 저지른 서울 중랑구 상봉동 한모(34) 씨를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 4월말부터 지난달 12일까지 택시 6대를 훔쳐 승객을 태운 뒤 15차례에 걸쳐 모두 5,0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성 승객 3명을 성폭행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택시기사 경력이 있는 한 씨는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뒤 대출금을 갚지 못해 1억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를 갚기 위해 시작한 범죄, 이 사건의 전모를 알아봤다.

한 씨는 지난 8월 10일 밤 12시쯤 서울 망우동에 소재한 모 택시회사 주차장에서 시동이 켜져 있는 택시를 훔친 뒤, 근처 길가에서 박모(27·여) 씨를 태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 한 후 금품 5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중랑경찰서 강력7팀의 관계자는 “한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4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택시 6대를 훔쳐 범죄를 저질렀다”며 “증거물을 확보하고 인상착의를 알아내 검거하는데까지 두달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하던 중 발생되는 사건의 정황으로 살펴봤을 때 택시 운전기사가 아니면 안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후 관내에 있는 22개의 택시회사들을 돌아다니면서 검문수사를 펼치고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로만 수사를 진행해 오던 중 지난 10월 경찰은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했다. 지난 사건 이후 동일 인물의 소행으로 보이는 택시분실사고가 또 다시 발생됐기 때문이다.

얼굴 보면 성폭행

이번 분실된 모 택시회사 사장은 택시를 찾아 근처를 돌아다니던 중 상봉동 부근에 있는 A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분실 된 택시를 찾았다. 이 소식을 접한 경찰은 바로 출동해 A아파트의 협조를 요청한 후 지하 주차장 CCTV를 판독해본 결과 범인의 얼굴 윤곽을 어느 정도 확인 할 수 있었고, 그 사진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월 10일 경 근처를 수사하던 경찰은 용의자와 비슷한 인상착의 사람을 발견, 과학수사대에 DNA를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성동관내에서 지난 8월 발생한 택시 성폭행사건,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지난 10월 발생한 성폭행 사건 모두 한 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피의자의 범행 사건이 명백해져 경찰은 바로 검거했다.

한 씨는 부녀자를 목표로 삼은 이유에 대해 “반항하는게 덜하고 흉기 쓸 일도 없을 것 같고, 다치지도 않을 것 같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일단 피해 여성을 태우고 목적지 부근으로 간 뒤 인적이 드문 곳에서 갑자기 마스크를 쓰고 흉기를 들이대며 금품을 갈취하는 형식의 범행을 저질렀다.
또한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본 것 같은 여성승객은 금품갈취 뿐 아니라 성폭행까지 서슴치 않았다.

피의자 한 씨는 훔친 택시를 몰고 다니며 부녀자들만 골라 강도 행각을 벌였다.

“충동적이었다”

지난 1일 검거 된 한 씨는 전직 야간 택시대타기사였다. 택시회사와 택시운전사들의 습관을 잘 알고 있었던 한 씨는 그들의 허점을 노렸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북 일대 택시회사를 돌며 택시 6대를 훔쳤다. 또 택시기사들의 새벽 교대 시간을 이용해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택시가 눈에 보이면 바로 택시를 타고 도주하면서 범행을 시작했다.

이것에 대해 한 씨는 “그냥 순간적으로 택시가 눈에 보여서 한 것이다. 충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로 일해본 경험이 있는 한 씨는 새벽 교대시간에 운전사들이 시동을 켜놓은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러 가는 등 자리를 잠시 비운다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택시 6대를 훔친 뒤 부녀자만을 골라 강도 행각을 벌인 전직 택시기사 한 씨. 경찰은 피의자 한 씨에 대해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lms9420@naver.com

[미니인터뷰]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7팀 경찰 관계자

“부채 갚기 위해 범행 저질렀다”

-성폭행도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은 하지 않았나.
▲아니다. 부인과 자녀2명의 정상적인 가장이다. 전과도 깨끗한 것으로 봐 생활고에 찌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택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인데, 전직 택시기사였나.
▲그렇게 볼 수 있다. 낮에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근무했고, 택시기사가 직업은 아니지만 야간에 택시스페어기사라고 해서 야간 택시기사들 대타로 3∼4년 정도 일한 경험은 있다.

-그럼 택시기사를 사칭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인가.
▲아니다. 택시기사대신 일을 하면서 택시회사의 허점과 택시운전사들의 습성을 파악해 그것을 범행 수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생활고 때문에 시작 한 것인가.
▲그렇다. 돈이 없어 힘들고,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대출금 1억5,000여만원을 못 갚아 부채로 남아 있어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 것이다. <선>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