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에셋, 전체 ETF의 77% 점유
하루 거래량 1000건 미만 ETF도 많아

여의도 증권가 모습. © 뉴시스
여의도 증권가 모습. ©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증시 호황에 국내 ETF 순자산총액이 140조 원을 앞두고 있다. 

다만 시가총액 7조 원이 넘는 초대형 ETF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반면 하루 거래량이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ETF’도 증가하면서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는 총 846개에 달한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약 139조 원으로 국내에 ETF가 도입된 지 22년 만에 14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21조 원으로 1년 전보다 42조 원 증가했는데 올해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벌써 18조 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CD(양도성예금증서), KOFR(무위험지표금리) 등 단기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킹형 ETF와 미국·일본 등 해외 증시 활황에 힘입은 해외주식형 ETF 인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주식형 ETF의 설정액은 연초 이후 2조7000억 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ETF 설정액 증가분(1조2000억 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은 출시 172영업일 만에 순자산 기준 전체 ETF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규 ETF 출시도 많아졌다. 공모펀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ETF를 새 먹거리로 정조준한 자산운용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신규 ETF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벌써 34개의 ETF가 국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자산운용사별로 특색있는 ETF 상장도 이어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출시한 ‘KBSTAR 버크셔 포트폴리오TOP10’은 투자 거장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현대자산운용의 ‘UNICORN 포스트IPO액티브’는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과열이 해소되고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상장 180일 미만 종목 가운데 보호예수 해제 물량에 투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대어급 IPO에는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 밖에 국내 4대 연예 기획사에 집중 투자 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POP포커스’, 비만치료제 산업에 투자하는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 TOP2 PLUS’ 등이 출시돼 세분화된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들은 일부 자산운용사에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시가총액 규모는 각각 55조6000억 원, 51조4000억 원으로 전체 ETF 규모 139조 원 가운데 76.9%에 달했다.

종목별로 쏠림도 심했다. 오늘 하루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1억2200만 주에 달했다. 특히 거래량 상위 5개 종목은 인버스와 레버리지 등 투기성이 높은 종목으로 채워졌다.

반면 거래량이 1만 주 미만인 종목은 전체 상장 ETF의 절반이 넘는 450개였다. 심지어 거래량이 1000주 미만인 종목도 244개에 달했다. 거래량이 100만 주 이상은 종목은 35개에 불과했다.

거래량이 1000주 미만인 ‘좀비 ETF’는 호가와 순자산가치(NAV) 사이에 괴리가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ETF의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ETF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며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지수에 분산·장기 투자하라는 ETF의 본질에 맞지 않게 단기·테마성 투자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IRP와 연금저축계좌에서 ETF를 통한 장기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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