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택배사 공개 입찰 진행…CJ대한통운 계약은 올 4월 만료
공개 입찰로 택배사 단가 절감→협상력 상승…알리의 ‘찐’ 설계

알리익스프레스 모델 배우 마동석.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캡쳐
알리익스프레스 모델 배우 마동석.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캡쳐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택배사 공개 입찰을 진행한다.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자사 통환‧택배 위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경쟁 입찰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CJ대한통운과 결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택배사를 교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기 싸움’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국내 주요 물류사들에게 자사 통관과 택배 물량에 대한 입찰 제안 요청서를 전달했다. 기존 주사업자인 CJ대한통운도 이번 경쟁 입찰 대상에 포함됐다.

알리익스프레스와 CJ대한통운의 택배 계약은 오는 4월 만료된다. 일단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번 입찰에 성공한 택배사와 신규 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해당 택배사는 향후 약 1년 동안 알리익스프레스의 해외 직구 택배를 국내에서 운송할 수 있게 된다.

의약품이 담긴 특수 컨테이너가 CJ대한통운 의약품전담차량에 실리고 있다. ©CJ대한통운
의약품이 담긴 특수 컨테이너가 CJ대한통운 의약품전담차량에 실리고 있다. ©CJ대한통운

◇ 예상 밖 전개에 CJ대한통운 ‘당황’

현재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량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물동량만 약 3000만 박스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와 재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필승 카드’다. 소비자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는 데다 국내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등 성장잠재력이 높아서다. CJ대한통운이 일찌감치 알리익스프레스를 포섭한 이유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 약 1조5000억 원 투자를 앞두고 있다. 이중 2600억 원은 18만㎡ 규모 물류창고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택배 물동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국내 진출 이후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미 11번가, G마켓 등을 넘고 쿠팡의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 11조7679억 원으로 전년보다 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4802억 원을 기록하며 수성 개선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이커머스에서의 선전이 컸다.

실제 CJ대한통운 전체 매출에서 이커머스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택배·이커머스 사업에서 영업이익 2461억 원을 냈는데, 물동량이 전년보다 3% 줄었음에도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매출은 2% 늘어난 3조7227억 원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고객사도 전년보다 169% 급등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 확인된 이커머스 도착보장 기반 고객사는 약 11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J대한통운 사업은 크게 ▲택배·이커머스 ▲계약물류(CL) ▲글로벌 등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글로벌(35.7%) 사업이다. 그 뒤로 택배·이커머스 사업(31.6%), CL사업(24.3%) 순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왼쪽)와 한진(오른쪽) 본사 전경. ⓒ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글로벌로지스(왼쪽)와 한진(오른쪽) 본사 전경. ⓒ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 앞을 내다본 알리의 ‘숨겨진 전략’

알리익스프레스가 CJ대한통운과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쟁 입찰을 선언한 것은 알리익스프레스의 치밀한 설계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경쟁 입찰을 진행하면 롯데글로벌지스와 한진 등 CJ대한통운의 경재사들이 달려들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이들 업체에게 이번 경쟁 입찰은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성장잠재력을 고려하면 미리 협력 관계를 쌓아둘수록 향후 자연스럽게 알리익스프레스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어서다.

이는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서도 흔히 쓰이는 협상 전략인데, 만족할 만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 상대가 다급해지도록 자극하는 일종의 ‘심리전’이다.

이 경우 알리익스프레스는 경쟁을 통해 낮아진 단가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입찰을 따낸 업체가 CJ대한통운이 된다고 해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업계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결국 CJ대한통운과 계약을 연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굳이 택배사를 교체해서 득이 될 것이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입장에서도 CJ대한통운이 그간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의 대부분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택배사를 교체하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알리익스프레스의 가격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한 것이 경쟁 입찰의 시발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알리익스프레스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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