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부실…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 제고 필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 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금융감독원이 금융사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금융감독원의 경영유의사항 등 공시에 따르면 금감원 보험검사2국은 코리안리재보험사에 ▲경영유의 8건 ▲개선 13건의 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결과 경영상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뜻한다. 해당 금융기관은 개선 결과를 6개월 이내에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우성 코리안리에 대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강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리스크관리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리스크 사전점검 기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코리안리는 리스크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리스크관리전문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위원수가 2명에 불과해 정상적인 개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은 “리스크관리전문위원회는 구성원의 일부가 영업관련 위원으로 구성돼 있어 리스크관리 관련 의사결정이 영업부서와 독립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사결정 기능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리스크 관리 목적에 충실히 부합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체계에 대한 정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규상으로는 업무수행 전에 주요 리스크에 대한 사전점검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표준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어 리스크 사전점검 기능의 실효성에 취약점이 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감원은 “리스크 사전점검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점검 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에 대한 조치방안 및 점검절차 마련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고, 사외이사의 역할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사회의 운영절차를 실효성 있게 정비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신회계제도 시행에 따른 내부통제 체계화 ▲협의요율 산출 기준 및 관리 절차 강화 ▲미수금 및 미지급금 정산 업무 관리 강화 ▲대체투자 의사결정 절차 강화 ▲일관성 있는 자본정책 ▲IT사업 추진 미흡 등도 문제 삼았다.

개선사항은 ▲스위스 현지법인에 대한 리스크관리 체계 미흡 ▲대체투자 자산의 실사 관련 업무 미흡 ▲보험미수금에 대한 관리체계 미흡 등 13건이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SC제일은행과 롯데카드에 대해서도 각각 부동산 PF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SC제일은행에 대해서는 자체 실시한 PF대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만을 적용해 향후 발생 가능한 위기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 손실 규모를 산정하는 등 경영진의 위기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에 대해서도 최근 PF대출 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PF대출 한도 관리와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공동 주관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공동 주관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인해 금융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권도 충당금을 대폭 늘리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쌓은 충당금은 4조3082억 원으로, 전년의 2조7705억 원 대비 55.5% 증가했다. 5개 카드사 역시 지난해에만 충당금을 3조1431억 원 적립하며 전년보다 1.5배 이상 늘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까지 터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금융사별로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며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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