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 풍토는 누가 막말과 거짓말을 잘하느냐 하는 경쟁 같기도 하다. 선거철이면 망언, 거짓말이 평소보다 더 판을 친다.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로 존경하는 줄 아느냐”를 비롯 당내 의원들의 공천 결과에 “동료들한테 빵점 받았어요. 빵점!” 하면서 비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 중대 결심이라도 한 듯이 공언하고는 막상 체포영장이 도착하자 불체포를 호소했다. 찬성한 것으로 보이는 ‘배신자’를 공천 때 철저히 보복했다.

“비례 제도를 옛날로 복귀 한다”고 선언하고는 연립 비례제도라는 이상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종래의 비례대표제는 정당명부식이다. 정당이 지역 출마자와는 별도로 작성한 후보자 명부에 대해 투표하고, 그 결과 총 득표수의 비례에 따라 정당별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처음 고안한 사람은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 콩시데랑(Considerant)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처음으로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전체 국회의원 175명 중 25%인 44명을 전국구로 뽑았지만, 우선 득표율이 5% 미만이거나 지역구 의석을 3석 이상 얻지 못한 정당에게는 배분하지 않았다. 그 다음 제1당의 득표율이 50% 미만인 경우 제1당에 절반을 배분하고, 1당이 50% 이상일 때는 각 당의 득표율에 따라 배분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제9차 개정헌법이 도입되고 나서야 전국구 의석의 제1당 몰아주기 방식은 없어졌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비로소 정당의 유효 득표율에 따라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시 이상한 병립식으로 바뀌었다. 이번 22대에서는 더 이상한 ‘이재명 식 연립병설 비례제’로 바뀌었다.

결과는 마침내 1심, 2심에서 유죄를 받았거나 전과자 등이 줄줄이 출마하며 특정 인물 이름을 딴 정당까지 생겼다. 검찰에 복수하겠다는 기치를 들고 나왔다. 심지어 부정 선거와 뇌물 혐의로 구속되어 있는 미결수까지 “복수”의기치를 내걸고 당을 만들어 출마했다. 이를 두고 “감옥대신 국회로 피난 가려는 당”이란 비판을 받았다.

국회가 무엇 하는 곳인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곳 아닌가. 개인의 복수를 위해서 국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선거 막판에 이르자 막말과 거짓말은 절정에 이르렀다. “미친X”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중 대통령을 이렇게 지칭했다.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안 맞아서 그래” 등의 막말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도주(逃走?) 대사 이종섭을 소환하라”

야당이 대로에 내건 현수막이다. 대통령의 신임장을 들고 다른 나라에 가는 사람이 ‘도주’한 것인가? 대한민국의 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임명되어 국가의 대표로 타국에 부임하는 대사를 “도망간 범법자”로 볼 수 있는가. 그러면 기소되어 재판정에 소환해도 오지 않고 선거 유세하러 지방 돌아다니는 사람은 ‘도주 후보자’인가?

임명되어 신임장까지 제정한 대사를 사흘도 안가 다시 불러들인다는 것도 외교상 결례가 되는 일이다.

“쉐, 쉐 하면 되는데, 중국과 대만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

야당 대표가 유세장에서 한국의 대중국, 대대만 외교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한 발언이다. 듣는 유권자가 실소할 어처구니없는 외교철학(外交哲學)이다. 미국 CSIS 보고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과 동시에 연계된 주한 미군과 한반도, 주일 미군의 제2전선을 우려하는 ‘워게임 보고서’도 못 보았는가.

처음에는 “호주 대사를 즉각 소환하라”고 했다가 정말 ‘즉각 소환’하자 다시 한발 더 나갔다.

“호주 대사를 해임하라!”

야당의 말대로 해임한다면 어떻게 나올까. 아마 “구속 수사하라! 특검하자! 탄핵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야당은 의혹이 불거지면 우선 부인한다. 진실로 밝혀지면 조작이라고 밀어 붙인다. 조작 아닌 것이 밝혀지면 반격이 시작된다” 어느 시민단체 핵심 간부가 한 말이다.

정치하는 대한민국 지도자들이여, 제발 정신 차리고 한국말을 ‘모독’하지 말자.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을 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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