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LVMH그룹 세포라마저 韓시장 철수
갈 곳 없는 중소‧신규 브랜드, 가성비 앞세운 다이소 입점 ‘눈독’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에서 고객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에서 고객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CJ올리브영이 국내 뷰티 플랫폼 최강자로 버티면서 경쟁사들의 설 곳이 사라지고 있다. 에뛰드, 토니모리 등 1세대 로드숍들은 이미 해외로 시선을 돌렸고, 세계 최대 뷰티 플랫폼마저 최근 국내 시장을 떠났다.

이 가운데 올리브영의 독주가 다이소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소 브랜드나 신규 브랜드들이 올리브영 입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브랜드가 다이소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재 다이소에 입점한 브랜드는 약 30여개에 달한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와 네이처리퍼블릭, 클리오, 투쿨포스쿨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 에이블씨엔씨는 ‘다이소 효과’를 제일 크게 본 브랜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7월 자사 브랜드 ‘어퓨’가 다이소와 손잡고 론칭한 더퓨어 티트리 라인 판매가 급증한 것이 대표 사례다.

그 결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736억 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4% 성장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4.2% 증가한 114억 원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이소 행보는 약 10년 전 올리브영이 몸집을 키워가던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며 “다이소가 이렇다 할 상대가 없던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세포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영업종료 안내문. ⓒ뉴시스
세포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영업종료 안내문. ⓒ뉴시스

◇ 올리브영 독주에 손사래 친 기업들

올리브영의 국내 뷰티 시장 독주가 이어지면서 결국 혀를 내두르고 등을 돌린 기업들만 수두룩하다. 대표적으로 1세대 로드숍들은 지난 수년간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 사업 효과로 토니모리는 지난해 무려 7년 만의 연간 흑자를 달성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에뛰드는 영업이익이 195.5%나 성장했다. 에이블씨앤씨의 호실적에도 해외 사업 비중이 적지 않다.

1세대 로드숍들이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올리브영의 존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유커 발길이 끊겼고, 2019년 코로나19로 화장품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올리브영이 등장하면서 결정타를 맞은 것.

소비자들이 자사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로드숍보다 각종 제품들을 동시에 판매하는 H&B스토어(올리브영)를 선호하면서 본격적인 소비자 이탈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LVMH그룹의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세포라마저 올리브영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앞서 GS리테일이 운영하던 랄라블라 역시 지난 2022년 11월부로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롯데쇼핑의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모두 정리했다. 현재는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의 10여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 모습. ⓒ뉴시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 모습. ⓒ뉴시스

◇ 중소 브랜드 희망으로 떠오른 다이소

이처럼 올리브영이 ‘연전연승’ 행보를 보이자 적어도 국내 시장에선 올리브영의 적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뷰티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다이소가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다이소는 올리브영과 달리 기본적으로 특정 제품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아니다. 각종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충동구매’가 많이 벌어지는 매장이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운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 등이 크게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입점하기 최적의 환경이다.

중소 브랜드들은 자체 마케팅이 쉽지 않은 데다 올리브영 ‘픽’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이소에 입점하기만 한다면 ‘금상첨화’다. 다이소를 내세운 반사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다이소가 최근 뷰티 카테고리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입점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자리 걱정이 큰 이들 브랜드에게 기회다.

실제 지난 2021년 기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뷰티 브랜드는 4개뿐이었다. 불과 약 3년 만에 30여개 매장으로 8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최근엔 비건 색조 브랜드 ‘손앤박’이 다이소에 입점하기도 했다.

최근 뚜렷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다이소 입장에서도 입점 브랜드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수익성이 높은 뷰티 카테고리를 확대한다면 올해는 반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이소는 지난 2022년 매출 2조94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7% 줄어든 239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10.9%에서 8.1%로 급감했다. 당시는 뷰티 카테고리가 다이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다만 뷰티 시장이 점점 고급화되면서 기본적으로 제품 가격이 1만 원을 넘긴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성비 이미지가 짙은 다이소에 어울릴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다이소가 올리브영과 경쟁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지는 물론 소비자들이 과연 뷰티 제품 가격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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