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언론인
이원두 언론인

북한 김정은이 동해로 탄도 미사일 3발을 발사한 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5선에 성공함으로써(5월 취임)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되었다.
2차대전 때 소련을 다스린, 그리고 6⁃25 한국전쟁을 막후에서 조종한 스탈린의 29년 집권 기록을 가볍게 갈아 치우게 되었다. 이처럼 푸틴이 ‘선출직 차르(황제)’에 등극한 날 북한 김정은이 동해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로 축포를 대신한 셈이다. 이날은 서울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한반도 ‘2 국가론’을 공표한 이후 안보 위기는 더욱 높아진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던 푸틴에게 무기를 대준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빈도가 부쩍 잦아졌다. 무기 공급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고급 기술을 공급받았거나 현장 기술지도로 자신이 붙었다는 증거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8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실험발사했다. 유엔 인보리 제재에 따라 북한에 군사 관련 기술 공여가 금지된 상황이 무색해질 정도다. 안보리 패널은 북한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국제간의 연구원 개인의 협동 연구를 통해 제재를 피한 것으로 판단, 중국과 러시아 연구자 동태를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접근일 뿐 실상은 중국과 러시아가 거의 공공연하게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품질에서는 불발탄 비율이 상당히 높으나 우크라이나 전선에 지원한 포탄의 정치적 효과는 상당히 높다. 푸틴이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가로 추켜세운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의 방산 제품 수출이 늘어나자 김정은이 직접 땅크(탱크)를 몰면서 북한산 존재를 과시한 것 역시 같은 차원이다.

북한의 핵기술, 탄도미사일, 그리고 탱크로 대표되는 재래식 무기의 고도화는 한국 안보의 위협요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푸틴과 시진핑의 경쟁적인 지원이 이어진다면 김정은의 ‘한반도 2 국가론’ 강도는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한국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관계가 반드시 평탄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11월 대선을 앞둔 현재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미안보 체제는 중대 시련을 맞을 개연성이 높다. 한국 안보 비용을 한국이 전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트럼프 캠프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데뷔시킨 첫 번째 인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싱가포르, 하노이 김정은-트럼프 회담은 그때까지 ‘은둔의 지도자’였던 김정은이 처음으로 베일을 벗은 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론을 제창한 푸틴은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두 번째 인물이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어 ‘트럼프다운 정치’를 펼치고 ‘선출된 차르’ 푸틴이 맞장구를 치는 상황극이 연출된다면 한국의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 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반해 중국은 최악 상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G7을 중심으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강화되자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 중심으로 교역을 강화, 2023년 국내총생산(GDP)이 3.6% 성장(속보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국은 시진핑이 내세웠던 ‘소비 주도 성장’이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맞았으며 탈출구로 ‘중국 경제 광명론’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울 정도다. 러시아 경제 성장을 견인한 중국경제의 내리막은 러시아 경제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두 강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그 탈출구를 어디서 찾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탈출구의 하나로 북한 카드가 등장할 수도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변수는 푸틴이 결과적으로 스웨덴과 핀랜드의 나토 가입을 불러 노르딕 밸런스가 무너졌고 발트해 역시 러시아의 바다가 아니라 ‘나토의 호수’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4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어 당장 안보를 챙길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강성 종북세력이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원내 진출이 사실상 보장된 점을 생각한다면 가슴이 서늘해짐을 금할 수 없다. 푸틴 리스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트럼프 리스크만은 사전에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포석을 강화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국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강성 종북세력에 대한 국민적 감시능력 강화가 시급함을 알아야 한다.

<Who is>
이원두 칼럼니스트. 언론인. 번역가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문화부장 부국장 내외(현 헤랄드)경제 수석논설위원, 파이낸셜 뉴스 주필 한국추리작가협회 상임 부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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