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할당관세 규정으로 경영위기에 몰려

2022년 5월 당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농식품 물가동향'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2022년 5월 당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농식품 물가동향'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중소 육류수입업체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방적인 돼지고기 할당관세 추천서 소급 취소로 추징금 폭탄 등 경영위기에 처해졌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이하 육류협회)와 한국육가공협회(이하 육가공협회)를 통한 돼지고기 할당관세 추천서 소급 취소 결정과 관련해 국민신문고 등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농식품부는 보세구역에서의 45일 이내 반출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할당관세 운영 취지를 몰각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지난 2022년 6월 당시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인하된 관세를 적용받아 돼지고기 유통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6월 이후 보세구역에서 45일 이내 반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정상적으로 반출한 신청물량까지도 소급해 추천서를 취소해 관세청은 수입업체에게 총 55억원의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추천협회가 추천서를 정당하게 발급한 것을 믿고 수입통관해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했는데, 이제와서 소급해서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농식품부 처분이 행정기본법인 비례의 원칙과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의 취소에 관한 규정에도 어긋난다"며 "정당하게 발급된 추천서에 따라 행동한 만큼 신뢰가 보호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전문 관세업체는 돼지고기 할당관세 추천서 취소의 법리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천물품을 45일 이내에 반출하지 않은 경우에 2022년 추천에서 배제한다는 세부요령이 수십 톤의 돼지고기 중 단 1kg을 반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할당관세 추천에서 배제하는 것인지, 수입업체는 추천신청을 하지 말아야 할지, 추천서를 발급받은 경우에는 소급해서 미반출 이후 추천서를 모두 취소 당하는지 세부요령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령 2022년 하반기에 돼지고기 추천 한계물량 7만톤 중에서 2만2800톤(1140개 분량 콘테이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입했는데, 일부 콘테이너에서 잔량이 발생하면 할당관세추천을 전부 배제나 취소하게 되면 위반된 물량보다 취소된 물량이 더 커 수입업체에는 큰 피해가 발생해 형평에 반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1건, 23톤의 추천물량 중 잔량 2.3톤 반출이 21일 지연됐는데, 그 이후 추천받은 물량 28건 293톤을 취소하는 것은 147배를 취소하는 것"이라며 "어떤 국가에 이런 규정이 있는지 위반의 정도에 비해 형평과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상위규정(22년 6.22 제정)인 농식품부 추천요령이 '반출예정일 이내에 빠른 시일내에 시장에 공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훈시규정을 포함하고, 이를 하위의 위임사무를 추천협회의 세부 운영요령에서 강제규정을 만들어 배제와 추천취소를 하는 것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A업체는 "추천협회의 업무처리 미숙과 애매한 규정해석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며 "기업과 그 종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로서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업체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를 넘어서 할당관세 운영과정에서 추천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결여를 드러내는 사례"라며 "자신들의 잘못은 감추고 모든 책임을 수입업체들에게 전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할당관세를 물가안정 정책으로 시행하는데 이를 규정대로 45일 안에 반출을 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해 취소통보 한 것"이라며 "관세 소급적용에 대해서도 내부적 회의와 검토를 걸친 후 법리적 해석을 한 후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위반에 대한 고지 등에 대해선 "직접 업체에 하지 않고 관계기관인 한국육류유통수출혐회와 한국육가공협회를 통해 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검토 후 사유서를 제출하고 그 사유서를 검토한 후 조치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첫째 할당관세 제도와 관련된 행정규칙과 위임규정의 적용 및 해석에 있어서의 문제, 둘째 위임규정 운영과 관련된 기관과 수입업체 간의 의사소통 및 사후관리 부실의 문제, 셋째 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과 그 책임과 부담을 누가 지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할당관세 제도는 일반적으로 특정 상품의 수입량을 증가시키거나,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설정되는데 이 경우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국가의 물가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보여 진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과 수입업체 간의 충분한 의사소통과 함께, 규정 운영 여부에 대한 철저한 감독 및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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