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진로골드‧선양 등 ‘저도수 트렌드’ 겨냥한 신제품 줄줄이 등장
‘25도→20도→15.5도’ 10년 주기로 약 5도씩 하락…마지노선 주목

서울시내 한 음식점 냉장고에 소주가 넣어져 있다. ⓒ뉴시스
서울시내 한 음식점 냉장고에 소주가 넣어져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소주 업계에서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알코올 도수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현재 16도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데다 최근에는 15도대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소주 알코올 도수의 마지노선은 17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옛말이 되면서 과연 알코올 도수가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신제품 ‘진로골드’를 출시했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로, 쌀 100% 증류원액을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진로골드는 병(360㎖)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오는 21일 첫 출고 이후 전국 유흥채널과 가정채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건 알코올 도수다. 하이트진로는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와 분석을 통해 진로골드의 알코올 도수를 15.5도로 선택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저도수 트렌드’를 겨냥한 것이다.

사실 하이트진로는 약 15년 전인 2010년에 이미 15.5도 제품 ‘즐겨찾기’를 출시한 바 있다. 아스파라긴·알라닌·메티오닌·글루타민·글리신 등 5가지 아미노산을 넣었다는 점을 강조한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준으로는 도수가 너무 낮은 탓에 인기를 끌지 못했고, 결국 단종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전에는 업계가 트렌드를 선도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양상”이라며 “저도수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발맞춘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 알코올 도수 20년 변천사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 ‘참이슬’ 경우 1998년 알코올 도수 23도부터 시작했다. 당시 소주 알코올 도수 25도가 대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시절 감성으로는 ‘물 탄 소주’라는 시선이 따랐다.

하지만 참이슬 등장 이후 소주 업계는 오히려 너도나도 도수를 낮추려는 시도를 했다. 이때가 첫 번째 저도수 트렌드였다. 결국 2006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0도 벽까지 허물어졌다.

당시에만 해도 소주 알코올 도수가 점차 내려가긴 하겠지만, 결국 17도 미만으로 떨어지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17도 밑에선 소주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20도 벽을 깼던 롯데주류가 또 한번 예상을 뒤엎었다. 2011년 16.8도 소주 ‘처음처럼 쿨’을 출시하면서다. 이후 소주 업계는 2~3년 주기로 알코올 도수 낮추기 ‘2차 대전’을 벌였다.

하이트진로의 즐겨찾기도 이 시기 출시됐지만 당시 16도대도 파격적이었던 만큼 15.5도 제품이 소비자 눈길을 끌기는 어려웠다.

최근 저도수 트렌드가 다시 떠오른 것은 2022년부터다. 이번에도 롯데주류가 16도로 도수를 낮추고 ‘제로 슈거’ 콘셉트를 입힌 ‘새로’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트렌드를 10년도 더 앞서갔다가 실패를 맛봤던 하이트진로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진로이즈백’의 도수를 낮추고 제로 슈거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 시선은 새로에 쏠린 뒤였다.

이번에 출시한 진로골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미 진로이즈백은 출시 6년차 제품인 데다 도수만으로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만큼 신제품 효과로 ‘새로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다.

선양 640㎖ PET. ⓒ선양소주
선양 640㎖ PET. ⓒ선양소주

◇ 20도도 17도도 아니었다

업계 안팎에선 소주 알코올 도수가 여기서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앞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0도 벽도 깨졌고,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7도 벽마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선을 그었다. 13도 밑으로는 못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을 냈다. 여기서부터는 소주와 맥주의 사이 구간, 즉 와인이나 다름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레드와인과 사케, 청주 등이 13도 안팎에 포진 중이다.

나름 일리 있는 주장이다. 현재 와인 등을 마실 때를 생각해 보면 13도 소주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또다시 예상이 뒤엎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난해 선양소주(옛 맥키스컴퍼니)가 14.9도짜리 ‘선양’을 출시하면서 조짐이 보이는 중이다. 어느것 13도와 1.9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알코올 도수와 열량을 대폭 낮췄음에도 MZ세대 사이에서 히트까지 쳤다.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따른다.

지난해 하반기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까지 열면서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GS리테일과 협업해 640㎖ PET 제품을 선보였고, 선양소주로 사명까지 변경했다.

일단 소비자들에게 14도대까진 소주라는 이미지에 괴리감이 느껴지진 않고 있다. 향후 제조 공법 등에 발전으로 충분히 13도 미만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13도 미만으로 내려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했지만 현재 시점에선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만 13도 미만 소주 제품이 메인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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