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언론인
이상우 언론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 말은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처음 시작은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2005년 작 소설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뒤 이를 원작으로 한 코엔 형제 감독의 2007년 미국 영화에서 주제로 채택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어원은 이보다 먼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그 뜻은 노인은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인생의 의미를 많이 체험했으며, 지혜로 인간사회를 잘 이끌어 갈 것임으로 사회로부터 대접 받을 것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한다. 현실은 지혜로운 노인이 예측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노인은 귀찮은 존재로 점점 변해간다.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소멸하는 것과 같다’는 일본 속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세상은 흘러간다.

농경 사회에서는 노인이 대접받는 존재였다. 농사에 대한 계절의 변화에 지식이 많고, 그 시대 가장 두려워하는 자연 재해에 대한 방어 지식이 쓸 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 가면서 ‘노인의 지혜’는 퇴색하고, 노동력이 시원찮은 잉여 인간으로 변해갔다.

‘폐지를 수거해 달방 생활을 한 남녀 노인들이 숨진 전주 여인숙 화재사건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발생한 참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3명 중 2명의 노인은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전북일보)

‘서울 녹번동의 상가 앞 인도에서 물건을 내리고 출발하던 트럭이 바로 앞에 있던 87살 이 모 할머니를 치었다. 폐지를 줍기 위해 차량 앞에 잠시 쭈그려 앉아있었던 할머니를 차량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로 조사됐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 현장에는 날짜 지난 신문 몇 부와 구겨진 천 원짜리 몇 장이 떨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폐지를 모아 판돈으로 어렵게 손자를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다.’(sbs)

한국 노인의 빈곤 율이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20년 기준 66살 노인 10명 중 4명이 빈곤 상태였고, 나이가 많을수록 빈곤 율도 더 높았다. OECD가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를 보면, 2020년 한국 66살 노인 인구 가운데 가처분소득이 전체 인구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뜻하는 빈곤율은 40.4%로 2009년 이후 해마다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도 가장 높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 수는 해마다 3,000여 명에 달한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70대가 46.2명, 80세 이상 67.4명으로 OECD 평균 70대 16.4명, 80세 이상 21.5명보다 훨씬 높다.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났던 70년대 생이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2040년, 노인 가구의 39%는 혼자 살아야한다.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2022년)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다. 혼자 사는 할머니(262만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26%를 차지해 대세가 된다. 또 80세 이상인 1인 가구는 152만 가구로, 지금의 3배로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70대, 80대는 스스로 가장 힘든 세대로서 일생을 보냈다고 말한다. 해방 전후에 태어나 6.25 한국 전쟁 통에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겪었다. 월남 파병의 고개도 넘어야 했다. 전후의 복구와 산업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중동 사막까지 가서 땀 흘리며 일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부모와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해 뼈 빠지게 돈을 벌어야했다.

겨우 정보화 시대를 맞아 편하게 살까 했으나 주변이 모두 떠났다. 어느새 등이 굽고 백발의 머리는 치매와 싸워야 하지만, 자식들은 부모들이 목숨처럼 지켜온 ‘효도’라는 단어를 잊어버렸다. 요양원에 외롭게 누워서 생의 마지막을 맞아야 한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노인들은 오늘도 사방에서 ‘지하철 무료 폐지’, ‘청년 정책’, ‘청년 우선’의 구호를 들으며 쓸쓸히 폐지를 주우러 자동차 물결 사이를 위태롭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을 발표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