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박현우 기자|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Equity Linked Security)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2021년 1월 이후 판매된 이 파생결합증권 상품 계좌는 2023년 12월말 기준 총 39만5천개(개인 39만개, 법인 5천개, 은행 24만3천개, 증권사 15만3천개)에 이른다.

금감원은 다음달 중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배상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해당 절차가 2~3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쯤부터 실질적인 배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의 ELS 상품 만기 도래 원금은 올해 1월부터 지난 7일까지 2조3021억 원이다. 이중 손실액은 1조2079억 원, 확정 손실률 평균은 52.5%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설명의무·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정했다. 여기에다 판매회사와 투자자별 책임을 각각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한다. 금감원은 대체로 20~60% 범위 내에서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내놓은 예시에 따르면, 자율배상 또는 분조위를 통해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연령·가입 목적·가입 경험 등에 따라 이론적으로 원금의 0%부터 75%까지다.

금감원은 판매사 과실이 있을 경우 배상 비율을 최대 50%로 정했다. ▲투자 목적·재산 상황·금융 상품 이해도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를 지켰는지(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부당 권유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 세가지 요소를 따진다. 이후 손실의 20~40%를 배상하도록 기본 배상 비율을 정했다. 적합성 원칙만 어겼으면 20%, 설명 의무 위반에 더해 부당 권유까지 했으면 최대 40%까지 부과된다.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경우 배상 비율이 높아진다. ▲대면 영업을 하면서 판매 목표를 과다 설정했거나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내부 통제 부실이 확인되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의 배상 비율이 추가된다.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배상 비율이 조정되기도 한다. 최대 45%포인트까지 배상 비율이 더해지거나 줄어드는 식이다. ▲만 80세 이상 초고령자이거나 의사소통 장애인 사람은 10%포인트를 더 받고 ▲만 65세 이상 고령자·은퇴자·주부 등 금융 취약 계층도 5%포인트가 가산되며 ▲ELS에 처음 투자한 사람도 5%포인트를 추가 배상받고 ▲금융사가 예·적금에 가입하려 지점을 찾은 고객을 ELS 상품에 가입시킨 경우에는 10%포인트를 더한다.

금감원은 다음달 중 분조위를 개최하며 남은 배상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사례 분조위는 ①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 ②분조위 회부 ③조정결정 통보 ④금융사·투자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 ⑤모두 수락시 조정성립의 절차를 거친다. 해당 절차는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본격적인 투자자 배상이 이뤄지는 시기는 하반기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사례 이외의 분쟁민원 건은 해당 분조위 결과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토대로 언제든지 소비자와 자율배상(사적화해)에 돌입할 수 있다. 금감원은 되도록 사적화해를 통한 자율배상을 권고하는 상황이다.

자율배상을 실시하면 신속하고 원활하게 배상이 이루어지고 금융사와 투자자 간의 법적 갈등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을 실시하면 배상 수준만큼 금융당국의 제재를 감경해줄 예정이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미리 정해진 수익구조에 의해 특정 시점에 지급을 약속하는 금융상품이다. ELS는 특정 주권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수치의 변동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일종의 장외파생금융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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