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올 시즌부터 KBO리그 전 경기 모바일 독점 중계…첫날부터 논란 ‘줄줄’
무료→유료 됐지만 서비스는 ‘엉망’…자막 오류‧메인 스폰서 ‘패싱’ 등 논란도

티빙이 제공한 SSG와 롯데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에 메인 스폰서인 신한은행 로고가 티빙 로고에 가려져 있다. ⓒ티빙 화면 갈무리
티빙이 제공한 SSG와 롯데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에 메인 스폰서인 신한은행 로고가 티빙 로고에 가려져 있다. ⓒ티빙 화면 갈무리

민주신문=최경서 기자|모바일에서 한국프로야구(KBO)를 독점 중계하는 OTT 플랫폼 ‘티빙’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메인 스폰서 로고를 멋대로 지워버린 뒤 티빙 로고를 덮어씌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이 외에도 부족한 야구 지식으로 보는 이들을 불편케 하는 자막을 내보내는 등 허술한 서비스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티빙은 지난 9일 시범경기부터 KBO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앞서 CJENM이 무려 135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KBO로부터 모바일 중계권을 따내면서 올 시즌부터 모바일 독점 중계를 맡았다.

하지만 각종 비상식적인 행위들로 물매를 맞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티빙 무료 이용자에게 제공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이었다. 화면 우측 상단에 노출돼 있어야 할 ‘신한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로고가 블러 처리된 것.

티빙은 해당 자리에 띄워져 있는 신한은행 로고를 대놓고 블러 처리해 가린 뒤 ‘KBO는 오직 TVING’이라는 자사 홍보 로고를 덮어씌워 내보냈다.

KBO는 신한은행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KBO 리그는 현재 신한은행이 메인 후원사로 운영돼 리그 공식 명칭도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다.

계약상 중계화면에 반드시 스폰서 로고가 노출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시범경기의 경우 예외적으로 이러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별도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의 경우 생중계보다 더 자유롭다.

그럼에도 현재 TV 중계를 맡고 있는 지상파 3사(SBS‧MBC‧KBS)의 스포츠 채널과 공중파 스포티피의 스포츠 채널은 자사 로고와 함께 신한은행 로고를 포함시켜 중계화면에 노출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시범경기가 예외적이라곤 한들 메인 스폰서 로고를 가리면서까지 송출하는 것은 메인 스폰서를 존중하지 않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상 예외적인 허점을 악용해 유료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3루 주자 세이프(SAFE) 상황에서 자막에 세이브(SAVE)로 잘못 표기돼 있다. ⓒ티빙 화면 갈무리
3루 주자 세이프(SAFE) 상황에서 자막에 세이브(SAVE)로 잘못 표기돼 있다. ⓒ티빙 화면 갈무리

티빙의 경우 TV 중계사들에게 ‘중계방송 재판매권’을 획득해 자사 플랫폼에 동시 송출하는 입장이다. 즉, 티빙에 송출되는 중계화면과 KBS SPORTS나 SBS SPORTS 등의 중계화면은 동일한 셈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티빙은 현재 KBO 전 경기를 중계하는 만큼 모든 TV 중계사들의 화면을 동시 송출하는데, 하이라이트 영상 편집 도중 신한은행 로고를 가리는 과정에서 이들 중계사의 로고까지 함께 가리게 됐다.

다만 메인 스폰서인 신한은행과 KBO 측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티빙의 행위가 비도덕적이고 다소 매너가 없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계약상 이와 관련해 포함된 내용이 없어 조심스럽다는 이유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메인 스폰서 관련 계약 내용 중 시범경기 중계방송에 대한 부분은 포함된 것이 없다”며 “내부에서도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진 않지만, 예민하게 반응할 문제 역시 아니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티빙의 기행은 이 뿐만이 아니다. 3루 주자 세이프 상황에서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표기하거나 3루를 돌아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는 뜻인 ‘홈인’을 ‘홈런’으로 내보내는 등 전반적으로 야구 지식이 결여된 자막이 계속 등장했다.

또 삼성과 한화 이글스 경기 도중 한화의 노시환이 1루와 3루에 모두 출루한 것으로 표시되는가 하면 한화 5번 타자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자막에 ‘22번 타자’로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당일 경기 내내 안타가 없던 선수가 경기 후반부에 첫 안타를 기록하자 ‘집 갈 때 되니 퇴근안타’라며 다소 무례한 개그 자막을 넣거나 ‘3루수 득점’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3루수는 3루를 지키는 수비수고, 득점자는 3루 주자다.

영상뿐만 아니라 문자중계에서도 엉망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전준우를 전근우라고 표기하는 등 각종 오탈자가 난무했다.

올해부터 티빙이 모바일에서 독점 유료중계를 하게 되면서 시청자들은 당초 네이버, 에이닷(SK텔레콤), 스포키(LG유플러스), 아프리카TV 등에서 무료로 보던 야구 경기를 유료로 보게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실상 서비스나 품질은 무료로 보던 기존보다 안 좋아진 셈이다. 시청자들이 격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무료 중계 플랫폼들이 지원하던 ‘PIP 창모드’ 기능도 현재 티빙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티빙이 제공하는 KBO리그 하이라이트 영상 목록. ⓒ티빙 앱 화면 캡쳐
티빙이 제공하는 KBO리그 하이라이트 영상 목록. ⓒ티빙 앱 화면 캡쳐

경기 후 제공하는 하이라이트까지 말썽이다. 티빙이 올린 하이라이트 영상의 개수는 무려 734개다. 제목에 어떤 경기 영상인지, 어떤 시점에 발생한 어떠한 상황이 담긴 영상인지도 소개가 없다. 원하는 영상을 찾으려면 734개를 일일이 뒤져봐야 하는 노릇이다.

티빙의 늦은 업로드에 되레 구단 측에서 먼저 영상을 별도 제작해 구단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해당 영상은 저작권 단속에 적발돼 자동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구 경기를 송출하다 갑자기 배구 경기화면으로 전환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TV 중계사인 SBS SPORTS 측에서 모종의 이유로 경기 도중 배구 경기 중계로 전환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티빙이 이를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심지어 배구경기로 전환된 이후에도 이를 캐치하지 못해 시청자들은 약 5분가량 졸지에 배구경기를 시청하게 됐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뒤 다시 야구경기로 전환시킨 것도 아니다. 티빙은 그대로 중계를 강제 종료했다.

우선 티빙 측은 빠른 시일 내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중계 첫날부터 하루가 지날수록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티빙 월 구독료가 1만 원을 넘긴다는 점에서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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