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주가 제자리…주주들 성토 쏟아져
증시불황에도 채권시장에선 선방은 긍정적

김신 SK증권 사장 ⓒSK증권
김신 SK증권 사장 ⓒSK증권

민주신문=이한호 기자|10년째 SK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신 대표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 CEO들의 교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가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하면 현역 최장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신 SK증권의 대표의 임기는 3월 30일까지이다. 빠르면 3월 초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에 관한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12월 SK증권의 대표로 선임된 후, 2017년과 2020년에 연임에 성공하며 장기간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주주총회에서는 1년 임기 연장을 승인받았다. 김신 대표가 또 한 번 연임에 성공하면 5번째 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 사이 SK증권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13년 SK증권은 5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이듬해 95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공정거래법상 SK그룹이 SK증권을 지배할 수 없게 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W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2018년 이후에도 김 대표는 사장직을 유지하며 큰 부침 없이 SK증권을 이끌며 연임에도 성공했다.

코로나 사태 직후인 2021년에는 증시호황을 누리며 영업이익이 508억 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1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8%, 당기순이익은 86억 원으로 79.2%나 감소하는 등 증시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44.2% 하락한 100억 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2.9% 감소한 15억 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가 취임한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주가도 10년째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김신 대표가 취임한 2013년 말 665원이었던 SK증권의 주가는 현재(5일 종가) 기준 633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으로 주목 받았던 저PBR주 테마의 수혜도 입지 못했다. SK증권의 PBR은 0.4배에 불과하다.

SK증권의 시장에서의 지위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IPO 시장에서의 실적도 부진하다. SK증권이 자체 조사한 주식부문 시장점유율은 2018년 0.72%에서 2022년 0.44%까지 하락했다. 선물과 옵션에서도 1%대 이하의 점유율로 미미하다.

IPO에서도 스팩 상장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J&W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전인 2018년 EDGC 상장을 단독 주관한 이후 이렇다할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5년만인 지난해 씨유박스의 코스닥 상장을 공동주관했지만 흥행에 참패하며 가치평가 역량에 의문만 불러왔다.

SK증권 종목토론방에는 주주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한 주주는 “10년 넘게 경영해서 회사를 이리 만들었으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게 경영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10년 동안 주가가 1000원에서 500원 사이에 있다”며 “회사가 진짜 문제 있다”고 한탄했다.

다만 이런 실적 악화가 온전히 김 대표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촉발된 불황과 증시 부진으로 증권업계 전체가 힘든 시간을 거쳤던 만큼 할 말은 있다는 것.

특히 SK증권은 증시 불황에도 채권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다.

SK증권은 지난해 4조5099억 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를 주선했다.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이며, 대형사를 포함해도 준수한 성적이다.

전체 채권시장으로 시야를 확대해도 SK증권은 지난해 채권 인수 부문 4위에 올랐고, 수익성 으로는 2위를 기록했다. SK증권은 지난해 채권을 총 12조1348억 원 인수했고 수수료로 216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의 호성적은 SK그룹의 딜을 대부분 가져온 덕분이다. 지난해 SK증권이 거둔 수수료 216억 원 중 115억 원이 SK그룹 딜에서 나왔을 정도다.

김신 대표는 국내 채권운용 1세대이면서 업계 최초로 채권 브로커 출신 사장이다. 특히 SK 계열사 시절 대표로 임명된 만큼 SK그룹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또 2022년 12월 선임된 전우종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갖춘 지 1년밖에 안 됐다는 점에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에서 대대적으로 대표를 교체하며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 개선, 주주환원 강화 등 산적한 과제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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