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사무소 내 계약직 사원, 상사들로부터 괴롭힘·성희롱 당해
노동부 진정사건 처리 결과 가해자들 각각 ‘경고’, ‘감봉 1개월’ 조치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 픽사베이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 픽사베이

민주신문=승동엽 기자|경제 생태계에서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염원합니다. 대다수의 기업 지배 구조는 특정 주류 계층이 권력을 갖고 구성원들은 그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습니다. 조직의 구성원은 주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으로서 권리를 갖고 의사를 전달하면서 생산활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도 호칭의 수평화 등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민주기차(민주주의에 대한 업의 인식 이)’는 정치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기업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한 건설사 현장사무소에서 계약직 직원이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고용노동부 진정사건처리결과 관련자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경고 및 감봉 1개월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1년 A건설사 현장사무소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한 B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인해 현재까지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현장사무소 부장C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임D씨로부터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B씨는 “2021년 7월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부장C씨는 모든 직원이 들을 만큼의 큰 고함으로 폭언과 삿대질을 지속적으로 가했다”면서 “더이상 버티지 못해 짐을 챙겨 귀가한 적이 있는데, C씨는 저희집까지 찾아와 수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출근 종용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괴롭힘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현장사무소 내 주임 D씨에게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B씨는 “현장 사무실 내에 직원들이 모두 현장 근무로 나가 있는 시간대에 성희롱이 주로 발생했다”면서 “보통 몸을 밀착하거나 어깨를 가장 많이 만졌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B씨는 지난 2023년 1월께 고용노동부에 진성서를 넣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들의 괴롭힘 및 성희롱 일부가 인정된 것으로 드러나며 각각 경고·감봉 1개월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어찌됐든 관리 부실 책임을 묻고자 경고 및 감봉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해당 건은 검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결정나 현재 경찰 재조사 중이다. 이후 상황은 개인 간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 뉴시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 뉴시스

한편 건설 현장 내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은 끊이질 않고 있다. 건설사들도 사내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전사적 리스크로 인식하고 예방과 처벌을 동시에 강화해 나가곤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E건설사는 현장 간부가 지위를 이용해 실습 학생을 상대로 술자리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일삼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일부 실습 학생에게는 ‘데이트나 할까’, ‘회식 후 2차 술자리는 우리집에서 하자’는 등 지위를 이용해 근무 외 시간 응대를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2021년에는 F건설사 화재 감리자로 있던 40대 여성이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의 폭언 등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발생했다. 해당 여성은 입사 이후 한 달이 넘게 회사 현장 관리자 2명에게 지속적인 폭언 및 인격 모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이 남긴 자필 유서에는 가해자의 실명 및 피해 사실이 적혀있었는데, “살고 싶어서 현장 화재감시를 갔습니다”, “내가 죽는 이유가 저 인간들일지 상상도 못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에는 G건설사 소장이 모델하우스에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여성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폭로 글도 올라왔다.

해당 폭로글에는 “소장은 제가 근무하는 자리로 와서 ‘심심하지 않냐’면서 제 자리에 있던 메모지와 볼펜을 가져가서 끄적인 후 아래에 들어갈 낱말을 맞히라고 했다”며 소장에게 받은 메모지를 공개했다.

메모지에는 ▲BOO_S ▲__NDOM ▲F__k ▲P_N_S ▲PU_S_ ▲S_X 등 단어가 나열돼 있었다. 빈자리에 알파벳을 넣어 조합해보면, 한국어로 ‘가슴’, ‘콘돔’, ‘박다’, ‘남성 성기’, ‘여성 성기’, ‘섹X’ 등 성관계와 관련된 단어들이었다.

폭로글에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헤맸고 마지막 단어를 보니 성희롱인 것을 알게 됐다”면서 “애써 모른 척하고 상황을 넘기려 하니 빨리 맞혀보라고 재촉했다. 계속 거절했지만, 소장은 ‘내일까지 숙제’라고 하고 자리를 떴다”고 나타나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 날 와서 숙제 다 했냐고 물어보길래 ‘그런 숙제 내지 말라’고 했다”며 “모욕적이었던 그 순간이 안 잊힌다. 이뿐만이 아니라 ‘오늘 짧은 원피스 입고 왔던데 난 그렇게 뱃살이 두툼한 게 좋더라’, ‘순하게 생겨서 얼굴이 예쁘다. 혼자 사는지 등본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등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건설 현장이든 보통의 직장이든 지속적인 폭언 혹은 성희롱을 당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라면서 “1차적으로 제도 개선, 엄정한 기업 내 관리 시스템 확립 등도 중요하지만 이미 해당 일을 겪은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당한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괴롭힘과 성희롱을 겪고 있다면 녹취·영상 등 증거가 확보되는 즉시 법적 절차를 밟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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