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언론인
이원두 언론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최고 경영자의 2박 3일 서울 일정은 생성 AI 인프라 구축을 앞둔 반도체 탐색 투어다. 엔비디아가 급작스럽게 치고 나온 데 자극을 받은 자기방어적 성격과 함께 생성 AI 시대를 선도하려는 야심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메타는 작년 리스트럭처링으로 설비투자 등 자본적 지출 (CAPEX)이 감소했으나 최근 3년(2022년~2024년)간 6백억 달러가 넘는 투자로 거대한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의 핵심은 데이터 센터와 서버 네트워크의 거대화다. 저커버그가 노리는 것은 ‘메타의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완전한 범용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실현’(지난 2월1일 결산 설명회)이다.

범용지능이란 지금 테슬러의 머스크가 챗GPT를 고소함으로써 화제의 초점으로 떠 오른 차세대 AI다. 현재의 AI는 특정 부분별로 기능이 전문화되어 있어 1대 1 기능이지만 범용인공지능은 문자 그대로 1대로 거의 모든 부문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여 (인간이) 주문한 일을 꾸려가는 AI를 말한다. 히브리 대학 유발 하라리 교수가 예언한 ‘인간을 지배하는 AI’가 바로 범용인공지능이며 저커버그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메타가 AI 인프라에 주력하는 것은 엔비디아의 급격한 성장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로 성장한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 시황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만 하더라도 세계 상장기업순위 100위에도 들지 못했으나 지난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2백 배, 최근 1년에만 3배나 올랐다. 2월 중순에는 미국 IT 대기업인 아마존과 알파벳을 제치고 세계 4위로 약진했다.

특히 생성 AI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화상처리 운영체제(GPU)는 거의 독보적이다. 메타 역시 인프라 강화책으로 엔비디아에 올 연말까지 GPU H100 35만기(基)를 주문해 놓고 있다. 이를 포함한 메타의 AI 인프라 전체 규모를 H100으로 환산했을 경우 65만기분이다. 일본이 경제산업성 지원으로 정비 중인 ‘사쿠라 인터넷’이 H100 2백 기 수준임을 생각할 때 메타의 규모가 얼마나 파격적인가 짐작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자랑하는 GPU H100이기는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최초로 개발, 지금은 삼성전자도 합세한 HBM(고대역폭 메모리)없이는 생각할 수 없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5세대인 HBM3E 양산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이어 마이크로론도 참여를 선언, 집중투자하는 고대역폭 메모리는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려 속도는 높이고 전력 소비는 줄인 대신 높은 성능으로 개당 수익률은 기존제품의 최고 10배나 된다.

‘서울 2박 3일’을 보낸 저커버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만 TSMC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삼성전자를 대체 발주처로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다시 말하면 메타는 팹리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처를 TSMC에만 의존하지 않고 삼성전자를 포함, 다양화하기로 경영정책을 바꾼 것이다. TSMC 따라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러면서도 결과는 썩 좋다고 볼 수 없는 삼성전자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여기에 더하여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마이크로론이 참여를 공언하고 있으나 한국 반도체를 위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또 저커버그가 LG전자와 차세대 가상현실(XR) 등 크로스 리얼리티(XR) 기술을 활용한 단말기 개발에 협업하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저크버그의 서울 2박 3일은 한국 반도체, 나아가서 IT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음을 전한 셈이다.

문제는 저커버그의 메시지가 아니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릇(경쟁력)확보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과학기술수준은 중국에 역전당했다. 미국을 100으로 삼았을 때 한국은 81.5로 82.6을 기록한 중국에 밀린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IT 분야 엔지니어 수는 세계 9위에 올라있으나 미국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업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처럼 정부가 앞장을 서는 길밖에 없다. 정부도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산업단지 확보에 적극적이지만 기술개발 등을 직접 지원하는 등 단기대책도 함께 서둘러야 할 것이다.

<Who is>
이원두 칼럼니스트. 언론인. 번역가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문화부장 부국장 내외(현 헤랄드)경제 수석논설위원, 파이낸셜 뉴스 주필 한국추리작가협회 상임 부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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