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지난달 말부터 갤러리아百 명품관 이스트점 영업 무기한 중단
매장 인근 구찌 팝업 오픈이 화두…갑작스레 문 닫자 소비자들 ‘당혹’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샤넬이 갤러리아백화점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이는 샤넬 매장 인근에서 경쟁사의 팝업이 열리는 것에 대한 일종의 항의로 분석된다.

다만 해당 공간이 수년간 운영돼왔던 상설 팝업 공간이라는 점, 갤러리아 측과 이를 두고 협의하던 도중 갑자기 내린 결정이라는 점 등에서 샤넬의 일방적인 ‘갑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달 말부터 서울 강남구 한화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점의 영업을 중단했다. 백화점 입점 업체가 별도 공지 없이 문을 닫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샤넬 매장 인근에는 지난 1일부터 ‘구찌 앙코라’ 팝업스토어가 오픈한 상태다. 운영 기간은 오는 15일까지다. 전 세계 총 10개 점포에서만 진행되는데, 국내에선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만 열린다.

갤러리아 측은 해당 팝업 오픈과 관련해 샤넬 측과 협의 중이었다. 그러나 의견 차가 발생해 갈등이 빚어졌고, 이때 샤넬이 갑작스럽게 운영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은 해당 매장의 운영 중단 기간을 ‘무기한’으로 표기했다. 언제 다시 문을 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구찌 팝업이 해당 사태의 원인인 만큼 업계에선 구찌 팝업스토어가 철수하는 15일 이후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샤넬 핸드백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샤넬 핸드백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 샤넬 입장서도 나름대로 ‘초강수’

샤넬의 이번 영업 중단 결정이 샤넬 입장에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의 갤러리아점 하루 매출은 평균적으로 약 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대로 샤넬이 구찌 팝업이 종료되는 15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5~6억 원의 매출을 잃게 되는 셈이다. 주말의 경우 갤러리아점 하루 매출이 1억 원을 넘나든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상당한 손해다.

다만 샤넬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충성 고객이 상당한 편이다. 갤러리아점이 문을 닫으면 다른 백화점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갤러리아점에서 발생한 손해를 어느 정도 메꿀 수 있다.

실제 샤넬 갤러리아점이 문을 닫은 첫날인 지난달 29일 신세계 강남점 샤넬 매장에 입장 대기 줄, 이른바 ‘웨이팅’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매장은 평소 평일에는 대기 인원이 없던 곳이다.

대비책이 있는 샤넬과 달리 갤러리아는 손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갤러리아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 수준이다. 주요 백화점 3사가 30% 수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상당하다.

특히 샤넬은 명품 매장 중에서도 매출 1~2위를 다투는 간판 브랜드다. 갤러리아가 샤넬에 내준 매장만 네 곳이다. 샤넬의 실적이 갤러리아 실적에 직결되는 셈이다.

AK플라자를 제치고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에 이은 백화점 ‘빅4’ 자리를 수성해야하는 갤러리아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변수다. 샤넬 영업 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AK플라자에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생긴다.

갤러리아 명품관 외관. ©갤러리아
갤러리아 명품관 외관. ©갤러리아

◇ 샤넬의 ‘백화점 길들이기’ 전략?

샤넬은 갤러리아점 영업 중단과 관련해 갤러리아 측이 부티크 환경에 대한 당사와 계약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찌 팝업을 오픈하는 것이 샤넬과 갤러리아가 오랜 기간 공유해 온 파트너십을 중대하게 저해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공간은 2019년부터 운영돼온 상설 팝업 공간이다. 앞서 디올, 루이비통, 막스마라, 보테가베네타 등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각종 행사들을 진행해왔다.

수년간 활용돼 왔던 공간이 이제 와서 계약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서 갤러리아 측이 계약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샤넬은 갤러리아와 해당 팝업 설치를 두고 여러 차례 협의를 나누던 도중 갑작스레 영업 중단부터 선언했다. 갤러리아 측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샤넬의 일방적인 ‘백화점 길들이기’로 해석하는 시선이 우세하다.

하지만 구찌가 제작 중인 팝업 형태나 일부 기물이 샤넬 매장을 가린다는 점에서 갈등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샤넬도 이와 관련해 갤러리아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과정에서 이에 대한 조율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으면서 결국 강경대응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수많은 브랜드들이 해당 공간에서 팝업을 열었음에도 잠잠하던 샤넬이 이번 팝업에 반응한 것은 그간 쌓여왔던 불만이 터진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기존까지는 갤러리아 측과 협의를 잘 마쳤지만, 이번에는 어떠한 이유로 틀어진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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