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한 중소기업 중심으로 영업 이어갈 듯
인터넷銀, 1금융권서 소외된 대출에 관심

여의도 금융가가 ⓒ뉴시스
여의도 금융가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해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찾은 시중은행은 올해에도 기업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기업대출이 막힌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은 1768조3000억 원으로 전년도(1749조8000억 원)에 비해 18조5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가계대출이 감소한 2022년(-7조3000억 원)을 제외하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에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미만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역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자 은행들은 기업대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특히 중소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67조3000억 원으로 전년(703조6000억 원)보다 63조6000억 원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은 한 해 동안 32조6700억 원(5.46%), 대기업대출은 30조9600억 원(29.36%) 확대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이미 포화상태에 가깝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계대출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자금 수요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회사채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올해에는 은행들이 우량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도 76조 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5대 은행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과 협력해 중견, 중소기업 대상 저리 대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민관이 함께 협심해 나온 결과물”이라며 “향후에도 민간은행이 기업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인프라 확충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은행들은 지난 1년 사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급격하게 확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이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6조63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15조5928억 원)에 비해 70% 급증한 수치다.

특히 인터넷 은행은 공격적인 금리 운용으로 ‘갈아타기’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스트레스 DSR’ 제도가 지난 26일부터 시행되면서 이 같은 강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리 뿐만 아니라 향후 잠재적인 금리 인상 폭까지 고려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는 신규 주담대 뿐만 아니라 대환대출에도 적용된다. 주담대를 갈아탈 때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는데, 이로 인해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한도 초과분을 상환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은 대기업 대상 대출이 막혀있고, 중소기업 대출도 사실상 어렵다.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위주로 대출 확대를 노리던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난감해진 상황이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개인사업자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중은행이 대기업 대출 중심으로 건전성 강화에 나서며 대출문턱을 높이자 개인사업자들이 인터넷은행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22년 인터넷은행 중 가장 늦게 개인사업자대출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1년 사이에 대출 잔액 1조 원을 돌파했다.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대출을 시작한 토스뱅크 역시 지난해 9월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약 1조7000억 원으로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대출 증가율 71%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최근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대출 목표 평가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실적도 포함하기로 하면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은 개인금융이 대다수”라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관련해서도 “기존 1금융권에서 소외되던 개인사업자,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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