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공통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에너지가격 상승과 함께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른 동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물가 전망 역시 불확실한 가운데, 물가 둔화 속도에 따라 각국의 통화정책이 긴축기조로 돌아서는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7일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의 물가 둔화 동인이 차별화되고 있다. 주요국의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은 정점부터 12개월 동안 에너지가격 하락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의 공통 요인으로 작용하며 빠르게 둔화됐다. 하지만 정점부터 12개월 이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둔화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CPI(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전월(3.4%)대비 둔화했으나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확대되며 시장 예상(2.9%)을 상회했다. 유로 지역은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1월 2.8%로 반등했다. 우리나라는 1월 2.8%까지 낮아졌으나 여전히 지난해 7월(2.4%)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들 국가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공통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에너지가격 상승과 함께 각국 별로 차별화된 동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국제유가가 다시 80달러를 상회하는 등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 요인은 국가별로 다소 차별화되는데, 미국은 지난해 말 이후 근원상품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지만, 견조한 고용으로 근원서비스물가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수압력 약화에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둔화되고 있지만, 농산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10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 상승(+1.4%포인트)한 데에는 농산물가격의 급등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로 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은 에너지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중반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최근 그 속도가 더뎌진 가운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한은 측은 "앞으로는 국제유가 상방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가격 수준과 누적된 비용압력, 유로 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면서 "라스트 마일에서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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