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언론인
이원두 언론인

누군가가 말했다. ‘투표는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떨어트리기 위해서 하는 정치 행위’라고. 투표의 역사, 다시 말하면 선거의 역사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지만 정치에는 필수적인 요소다. 북한과 같은 1인 독재체제도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투표일까지 50일(2월 20일 기준)을 남겨둔 22대 총선거는 AI 시대 첫 국회의원을 뽑는 역사적 의미가 실려있다. 그러나 정보통신 선진국인 한국의 정치판은 이 시대적 요구의 무게에는 눈을 감고 여전히 주먹구구식 정치가 활개를 친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의 강도를 보면 그 정당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탈당, 무소속이나 당적을 바꿔서 출마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것이 우리 정치 풍속도였다. 그러나 선거법이 일단 경선에 참여한 사람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출마를 못 하게 하고서야 ‘복수심의 출마’ 풍조는 살아졌다. 그 대신 공천 결정까지 물밑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때로는 상식을 벗어난 양태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그 전형적인 양상이 리더 십이 실종한 주먹구구식 정치다.

국민의 힘은 공천 잡음 최소화에 일단 성공한 듯하다.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앞세워 논리적으로 접근한 효과다. 공천에 배제된 중진 의원이 강한 반발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일부 중진은 지역을 바꿔 전략공천 권유를 수용했다. 대통령실 근무경력이 있는 ‘용산 특혜’도 크게 부각 되지 않고 있다.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하라는 요청을 거부한 직전 대표도 경선 대상에 올랐다. 텃밭인 대구 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이 대상인 막바지 공천이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아직은 변수로 남아 있다.
특정인의 지역구 조정이 반드시 ‘이기는 공천일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소수 여당으로 겪은 고충과 서러움을 이번 선거를 통해 걷어내자는 절박감은 국민의 힘에는 큰 자산이다. 이를 얼마나 ’이기는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승패가 갈린다고 봐 틀리지 않을 것이다. 또 컷오프 등 탈락이 결정되었을 때 불거질 반발의 강도도 한동훈 비대위 시스템 공천의 변수로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상황은 국민의 힘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잡음의 데시벨이 상당히 높다. 우선 19일 하위 20% 컷오프 통보를 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서울 영등포 갑)이 ‘모멸감을 느낀다’고 탈당을 선언하면서 무소속 출마와 함께 당이 이재명 사당화했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 동작 갑의 이수진 의원은 여론조사 방법에 반발, 당 대표와 전략공천위원장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러한 잡음은 친명 계와 비명 계 갈등에 따른 것이어서 처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특히 복수의 비선(秘線)에서 공천탈락자와 여론조사 대상자를 미리 논의했다는 설과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등이 말썽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아직은 국민의 힘에 비해 공천 속도가 느린 점을 참작한다면 공천 반발은 더욱 확대된다고 봐야 한다. 후유증 최소화 여부는 이재명 리더 십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른바 제3지대를 표방하면서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 힘을 탈당한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는 합당을 선언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사실상 갈라섰다.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 미래’ 창당을 신고한 것이다. 이낙연-이준석 두 사람이 일단 손을 잡았던 것은 제3지대라는 명분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었었기 때문이며 갈라서기로 한 것은 현실적으로 융합 자체가 불가능함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 체제 시정과 제3지대 구축은 상당히 약화된 셈이다. 이는 야당계의 위성 정당 난립과 함께 국회의 품격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대표 캐치프레이즈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며 소수 여당 국민의 힘의 간판 슬로건은 ‘운동권 청산’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시점에서는 운동권 청산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는 86세대가 기득권 세대로 뿌리를 내린 데 따른 피로감이 그만큼 깊음을 뜻한다. 투표일까지 40여 일, 후보 등록까지는 한 달을 채 남기지 않은 현재 거대 양당이나 ‘반쪽이 된’ 제3지대는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공천을 받은 후보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최종 점검을 통해 일단 옷깃부터 여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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