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노동시장 비롯한 각종 규제 혁신, 제도 개선 필요성 강조
올해 중처법 등 경영계 산적한 각종 난제 해결하는 데 ‘고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개회사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개회사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민주신문=승동엽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4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전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간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추대된 후보가 총회에서 불신임을 받은 전례는 없었다.

손 회장은 2018년 경총 회장에 취임한 후 3번 연임하며 6년째 경총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경총 회장의 임기는 2년이며 연임 제한 규정은 없다.

손 회장은 임기 동안 경총 위상을 한 층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 사용자 단체에서 종합경제단체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 특히 기업을 옥죄는 다양한 규제와 관련해선 재계의 입장을 앞장서 대변하고 있다.

◇ 손경식은 누구?

‘재계 원로’ ‘외삼촌 경영’, 재계에선 손경식 경총 회장 겸 CJ그룹 회장을 흔히 이렇게들 표현한다.

손 회장은 관료 출신이자 안국화재 사장을 역임한 손영기의 아들로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중학교와 경기고등학교에서 수학했고, 경기고 2학년 재학 중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해 학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는 한일은행에 입사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1973년 안국화재 이사로 선임됐고 1977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집안을 살펴보면 그가 걸어온 길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누나인 손복남 여사는 고(故)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부인이다. 즉, 손 회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삼촌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1995년 CJ그룹 회장을 역임한 후 줄곧 자리를 지키며 이재현 회장과 공동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어왔다. 이재현 회장도 손 회장을 경영 스승으로 표현하며 그룹의 주요 결정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 회장은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을 수차례 이끌며 재계와 정계를 잇는 가교 역할에도 앞장섰다. 대외 직위만 70여 개에 달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5년 11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중도 사퇴하자 그가 대신 회장직을 맡았으며, 2008년에는 3년 임기의 대한상의 회장에 재선임됐다. 2018년 3월에는 경총 회장에 취임하며 현재까지 6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다.

손경식(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에서 취지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 뉴시스
손경식(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에서 취지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 뉴시스

◇ “노동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역량 집중할 것”

4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영계에 산적한 각종 난제들을 푸는 데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저지에 앞장섰던 그는 일단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개정안이 최종 폐기되며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를 두고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행위 책임을 제한하는 법안으로 노사관계 악화와 산업생태계 붕괴까지 우려됐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손 회장이 경총 회장으로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노동개혁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기업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규제를 혁신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대 해고·근로시간 관련 규제 혁파, 직무와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또 대기업집단 지정제 폐지를 비롯해 법인세·상속세·부동산세의 완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는 “경총은 노동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 노동시장의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시장 선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강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노사 간 힘의 균형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코앞에 닥친 사안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 2년 추가 유예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제정으로 2022년 1월 27일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됐다. 50인 미만 기업에게는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에 지난해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추가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당초 법 내용대로 50인 미만 기업에 확대 적용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금액에 상관없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모든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음식점·제과점 등의 개인 사업주도 노동자 사망사고 등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손 회장은 이와 관련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재해예방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보완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라며 “준비가 부족한 영세소규모 기업의 실태를 고려해 법 적용 연장을 위한 재입법 방안을 국회가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걱정하고 격려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면서 "경총도 중대재해처벌법 예방지원센터를 설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기업을 비롯, 여러 가지 협력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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