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언론인
이상우 언론인

세계 대학 랭킹 (QS World University Rankings)이 평가한 2023년 세계 우수 대학 100위에 머물고 있는 포항공과대학(포스텍)이 1조원이 넘는 대학 발전 투자금을 확보했다는 뉴스는 전국의 대학들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포스텍 이사회는 지난달 2033년까지 총 1억 2천억원을 투자해 교육과 실험실 등 시설 인프라, 시스템을 보강하도록 결정했다. 개교 이래 투자 부족 등으로 떨어진 세계적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설립당시 포항공대는 당시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주도로 설립되고 운영주체는 100% 출연한 포항제철이었다. 하지만 1995년 12월 1일 부로 포항공대의 운영주체(법인)는 학교법인 제철학원에서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로 변경되어 명목상 독립체제를 이루었다. 학교법인 제철학원은 포항공대 외에 다른 학교(포항제철 공고들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포스코 측은 포항공과대학만을 운영할 학교법인을 따로 설립하였던 것이다. 즉 당시 포스코는 3,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출연하여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를 설립하였고, 이후 포항공대는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되었다. 그 주식으로 인해 현재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는 포스코의 대주주 중 하나(4.5%)가 되었다. 하지만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의 법인 이사장은 전직 또는 현직 포스코 회장이 맡고 있어 이래저래 포항공대는 포스코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1993년 필자가 당시 포스코 박태준 회장의 초청으로 포항제철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박 회장의 안내로 포항공대 캠퍼스를 돌아봤다. 인상에 남는 것은 저원에 있는 동상 없는 동상 좌대(座臺)였다.

“여기에 설 인물은 수구인가요?”

필자가 묻자 박회장은 빙그래 웃으며 대답했다.

“거기에는 노벨 과학상을 받은 사람의 동상이 설 자리입니다”

박 회장은 장차 포항공대에서 노벨상을 받을 과학자를 길러낼 것이라는 희망을 말했다.

세계대학 경쟁력 랭킹에서 100위 안에 들어간 한국의 대학은 포스코를 비롯해 서울대(41), 연세대(76), 고려대(9) 4개대학 뿐이다. 아시아 100대 대학에서도 10위 안팎에 들어간 한국 대학은 연세대(12), 고려대(9), 서울대(16), 성균관대(19) 정도이다. 10위 이내 대학에 중국. 홍콩이 6개대학, 싱사포르 대학이 2개교나 들어있다. 싱가포르의 난양공과대학은 포스코와 거의 같이 출발했으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2024 세계 대학 순위’에서 2014년 26위이던 싱가포르국립대(NUS)는 10년 만에 세계 2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KAIST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던 싱가포르난양공과대(NTU)는 2014년 76위에서 32위로 도약했다. 같은 기간 서울대는 44위에 62위로, KAIST는 56위에서 83위로 밀려났었다. 한국을 롤모델로 삼은 싱가포르 대학들은 인적 자원에 대한 전폭적 투자, 철저한 실력주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교육정책을 앞세워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대학들이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17년간 등록금 동결, 빈약한 연구개발 투자에 발이 묶인 한국은 두뇌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학교 운영 손익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대학의 실질 운영수익 가운데 보수·관리운영비 등 경상성 경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인 대학은 2011년 62개교에서 2021년 138개교로 2배 넘게 증가했다고한다. 실질 운영수익은 등록금과 수강료, 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 등을 모두 합친 대학의 수익을 말한다. 재정 상황 악화 정도는 지방대일수록 심각했다. 비수도권 사립대 91개교 중 74개교(81.3%)의 운영수지가 적자를 계속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대학의 재정은 날이 갈수록 심화 될 것이 뻔하다. 포스택과 같이 대학을 살리기 위한 투자 유치가 다급하다.

특히 사립학교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각종 법률적 제한을 이제 과감하게 손볼 때가 된 것 같다.

대학 학자금 중산층까지 80%나 국가에서 지원한다니 기쁜 소식이기는 하지만 아직 개혁해야할 일은 많다.

이번 획기적 투자로 멀지 않은 세월에 포스코 정원의 ‘노벨상 좌대’에 실제 과학자의 동상이 서기를 기대한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을 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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