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언론인
이원두 언론인

올 들어 북한 김정은은 대남 강경책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5일 서해안 포격을 시작으로 동 서해로 미사일 발사가 줄을 잇는 데다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국회) 연설을 통해 통일정책의 근본적 전환과 함께 남북교류 부서의 완전폐지를 선언했다. 저들의 헌법에서 한국은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정전협정에서 합의한 서해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과 경의선 접경에 지뢰도 매설했다.
김정은 북한의 이러한 변신은 이미 예견된 것임으로 별다른 충격은 없다. 오히려 사실상 손절 된 국내 친북세력 또는 종북세력이 뜻하지 않은 회오리에 말렸다. 문제는 친북 종북세력이 북으로부터 손절 당한 것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이라는 프레임으로 ’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은 결성된 지 7년만인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고도 줄기차게 활동해 온 동력은 북한으로부터 ‘조국 통일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했다’는 격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 범민련은 김정은이 ‘북남관계는 동족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선언으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범민련은 17일 ‘해산 총회’를 통해 새 조직 건설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며 6⁃15 남측위는 이미 12월 31일에 총회를 열어 향후 노선을 논의했다. 국내의 친북 종북세력은 북한의 대남공작 효율을 높이는 발판이라는 점에서 김정은도 이번 결정의 손익을 충분히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믿고, 또 노리고 이런 대담한 결정을 내렸을까?

대북 강경정책으로 남북관계가 어그러졌다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은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바 있다. 이 책임론이 새로운 투쟁의 지표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9일 ‘우리 북한’(공식 속기록에서는 ‘우리’를 삭제)이라면서 ‘선대 김정일 김일성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38선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누적되어 6⁃25가 터졌다고 주장했다. 6⁃25는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업고 일으킨 ‘통일 전쟁’임을 세계가 다 아는 데 유독 한국 진보세력만은 시효가 끝난 ‘수정주의 사관’에 얽매어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특히 무소속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미향 의원이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의 전쟁관(戰爭觀)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충격적이다. 위안부 단체의 경리 부정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윤 의원의 국가관조차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이 토론회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듯한 발표를 한 당사자들은 문제가 되자 ‘진의는 전쟁을 막자는 데 있다’고 변명했다. 이는 송두율 교수가 제창한 북한 문제는 북한 시각으로 보자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변형으로 읽힌다.

이에 반해 유엔군을 직접 지휘하면서 한국전쟁(6⁃25사변)을 치른 미국은 아직도 당시의 ‘준비 부족’과 약했던 리더십을 반성하면서 한탄하고 있다. 그래서 상원 군사위는 군사령관에게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읽도록 권장한다. 미 2사단 72 전차 대대장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역사학자인 시어도어 페렌바흐 (1925~2013)가 1963년에 출간한 책이다. 준비 없는 참전, 적을 경시한 점 등을 반성하는 교훈을 담은 역작이다. 누구든 이 책을 읽지 않고는 6⁃25전쟁을 말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과연 우리나라 친북 종북세력은 이 책을 읽어보고도 그런 주장을 하는지 궁금하다.

김정은의 대남 강경책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맞서 있다. 하나는 국내 경제 위기와 한국 문화, 한류 유입으로 평양 젊은이들이 급속하게 변하는 데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자기방어책’이라는 분석이며 다른 하나는 최근 급속하게 가까워진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 기술을 도입, 재래식 전력도 증강된 데 따른 ‘자신감’ 표출이라는 주장이다. 자기방어책이라면 일단 안심해도 되지만 자신감의 표출일 경우 언제 선을 넘을지 모를 위기가 잠재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우리로서는 만전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1950년 6월에 남북을 아우르고 8⁃15에는 남북한 통합 국회를 구성’한다고 한 김일성의 선언이 남침 예고였음을 읽지 못한 70년 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친북 종북을 엄격하게 구별 척결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이를 계기로 통일을 포함한 남북문제에 주도권부터 확립해야 할 것이다.

<Who is>
이원두 칼럼니스트. 언론인. 번역가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문화부장 부국장 내외(현 헤랄드)경제 수석논설위원, 파이낸셜 뉴스 주필 한국추리작가협회 상임 부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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