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올드머니룩’ 패션·선한 영향력 등 화제
다만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아…면세업 ‘직격탄’

이부신 호텔신라 사장. © 호텔신라
이부신 호텔신라 사장. © 호텔신라

민주신문=승동엽 기자|재벌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사다. 그들의 패션·언행·행보 등은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과시하며 화제거리가 되곤 한다.

특히 그 중심에 선 이들은 단연 ‘삼성가’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의 이목을 많이 끄는 인물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대개 ‘재계 패셔니스타’ ‘완판녀’ ‘선행의 아이콘’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으로 압축된다. 재벌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대체로 곱지 않다는 것으로 고려할 때 그녀는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긍정적인 외부 시선에 앞서 올해 이 사장 앞에는 타개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호텔신라의 핵심인 면세사업이 중국 경제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의 수장으로서 본업에 대한 리더십을 그 어느 때보다 발휘해야 할 시기다.

◇ 여타 재벌과 달리 대중의 시선 긍정적…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는 등 자타공인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CEO다.

이 사장은 2012년부터 포브스와 포브스 아시아판 등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의 여성 대표이자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그녀의 일상은 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예컨대 이 사장이 매번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착용한 의류·가방 등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패션을 자주 선보이며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녀를 명품 로고가 크게 부각되는 의상보다는 우아하고 수수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옷과 가방 등을 매치하는 패션인 ‘올드머니룩’의 대표 주자로 칭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사장이 지난달 초 한 공개석상에서 입은 옷인 또 화제인데,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딘트’의 제품으로 가격이 11만9700원이었다.

이 사장의 연봉이 2022년 기준 35억 원임을 고려했을 때 수익에 비해 차분하고 검소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뿐만 아니라 이 사장이 펼치고 있는 선한 영향력도 그녀가 여타 재벌들과 달리 대중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한 요소로 꼽힌다.

일례로 지난달에는 제주도를 강타한 강풍과 폭설로 항공기 300편 이상이 결항해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자 신라스테이 제주는 ‘뜻밖의 행운’ 프로모션을 통해 6개 객실을 무료로 제공했다.

‘뜻밖의 행운’은 2015년 7월 제9호 태풍 찬홈의 북상으로 항공기가 대거 결항했을 당시 이 사장의 제안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 프로모션은 신라스테이 제주에 투숙한 고객이 무료 1박과 무료 2인 조식을 제공받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7년 7월 이후 지금까지 이 프로모션으로 신라스테이가 여행객에 무료로 제공한 객실은 200여 개다. 약 400~500명가량이 무료 숙박 등을 이용했다.

이 사장이 펼친 선한 영향력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일화는 지난 2014년 신라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은 고령의 택시기사에게 4억 원에 달하는 변상 의무를 면제해 준 일이다.

생활 형편이 넉넉지 못한 80대 택시기사의 사정을 전해 듣고 변상 의무를 면제 조치해준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이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차세대 여성 경영인을 키우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두을장학재단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고(故) 박두을 여사의 유지를 기려 한솔그룹 이인희 전 고문이 2000년 설립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여성전문 장학재단이다. 최근 이 사장은 대학생 98명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전경. © 호텔신라
신라면세점 서울점 전경. © 호텔신라

◇ 본업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아…면세사업 직격탄

대중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이부진 사장이지만 그녀 앞에 놓인 경영 환경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본업에서의 위기인데,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면세사업이 중국 경제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사업은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88~90%를 담당하는 핵심이기에 이 사장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5685억 원, 영업이익 91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7.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6.5%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면세점 부문(TR) 실적은 심각한 상황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 줄어든 7720억 원, 영업손실은 297억 원으로 적자폭이 늘었다.

같은 기간 공항면세점의 매출은 116% 증가하며 엔데믹으로 인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시내점 매출은 61%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음에도 예전과 같은 효과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호텔신라는 해외 사업을 확장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해외 사업을 통해 매출을 적극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쳅락콕 공항, 마카오 공항 등 3곳을 운영 중이다. 올해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에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바탐은 인도네시아의 3대 관광도시 중 하나로서, 바탐 내 유일한 공항 면세점이 될 예정이기에 매출 확보가 기대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입찰을 놓고 롯데와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최근 한국공항공사가 진행한 김포공항 출국장 면세점 DF2 사업자 입찰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신라면세점과 롯데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관세청은 두 회사를 대상으로 평가를 거쳐 이달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신규 사업자는 향후 7년간 운영권을 가진다.

면세업은 특허사업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렵고 사업권을 새로 따낼 때 마다 입찰을 진행한다. 해당 구역은 현재 신라면세점이 운영하고 있으며 주류·담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오는 4월 운영권이 만료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 심사를 잘 준비해서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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