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언론인
이상우 언론인

‘뉴욕 전차에서 드위트와 함께 퇴근하던 롱스트리트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누군가 그의 주머니에 니코틴을 이용한 흉기를 넣어두었고,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손가락을 바늘에 찔려 니코틴 중독으로 급사한 것. 이러한 괴 사건을 수사하게 된 섬 경감과 브루노 검사는 드루리 레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레인은 누가 범인인지 이미 알 것 같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알려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그 범인을 X라고 칭한다.’

미국의 저명 미스터리 작가 <엘러리 퀸>의 첫 번째 소설 <X의 비극>(1929) 서두이다. 세계 3대 추리작가로 불리는 엘러리 퀸(Ellery Qeen)은 X, Y, Z의 알파베트 끝 글자를 딴 ‘비극’ 시리즈가 유명하다.

엘러리 퀸은 작가 2명의 공동 필명이다. 프레드릭 대니(Frederic Dannay)와 맨프레드 리(Manfred Lee) 두 사람이 공동 작품을 내고 그 필명으로 엘러리 퀸을 썼다.

탐정 엘러리 퀸은 옥스퍼드 그레이의 회색 양복에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다. 코끝에 걸리는 안경을 썼지만 회색 눈이 번쩍거린다. 스카치위스키나 맥주를 즐기지만, 심각하게 생각에 잠길 때는 커피를 마신다. 항상 알루미늄 상자에 각종 수사 도구를 넣어서 들고 다닌다. 확대경, 강철제 자, 3색 크레용, 리트머스 시험지 등이 그 안에 있다.

엘러리 퀸의 소설에는 거의 독극물이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소설은 <숙모 살인 사건>으로 매일 가정 방문 치료를 하는 의사가 체온계를 입에 넣고 체온을 잴 때 체온계에 아주 미세한 양의 비소를 발라 점점 중독되어 마침내 사망하게 하는 사건이다.

퀸은 다양한 독극물을 범죄에 사용하는 소설을 썼지만 그 중에도 니코틴을 독극물로 쓴 것이 그의 첫 작품 <X의 비극> 이다. 이 소설에서는 바늘 같은 뾰족한 물체에 니코틴을 묻혀 두어 바늘에 찔리면서 독약이 체내에 스며들어 죽게 하는 추리 소설이다.

최근 남편을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의 재판 결과가 화제를 모았다. 2021년 5월 27일 경기도 화성시 모 아파트에 살던 남편 A씨(46세)는 출근하기 전 아내 B씨(37세)가 타 준 미숫가루를 마시자 갑자기 쓰러졌는데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였다. 니코틴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은 이번이 3번째이다.

경찰은 A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신 부검을 의뢰했고 두 달 뒤 니코틴 중독사라는 부검 결과를 통보받았다.

A씨가 사건으로부터 8년 전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이 사건이 단순 변사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강력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하기 전 날 미숫가루를 마시고 출근한 A씨가 점심 때 복통을 느끼고 B씨에게 전화해 "미숫가루에 상한 꿀을 탄 것 아니냐"는 통화내용을 확보하였고, A씨가 사망하기 며칠 전에 B씨가 자택 근처에 있는 전자담배 판매업소에서 타르가 섞인 니코틴 용액을 구매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B씨가 치사 농도인 3.7㎎이 넘는 니코틴 용액을 미숫가루에 타서 A씨에게 마시게 하여 A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해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2022년 1심에서 B씨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되고, 징역 30년이 선고되었다. 2심에서도 같은 형량이 선고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무죄취지의 원심파기 판결을 내리고 고법으로 환송했다. 이어 파기 환송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니코틴은 독성이 강해 성인기준 약 6mg이 치사량이라고 한다. 체중 1kg 당0.1mg~1.0mg 정도만 흡입해도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무죄가 된 판결문의 핵심은 니코틴 같은 독약은 음식물에 타서는 먹을 수 없을 만큼 고통이 따르는데, 3차례나 먹었다는 것이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징역 30년과 무죄의 사이는 한 인간에게 천당과 지옥 같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무기징역을 구형한 수사기관이나 30년을 선고한 1,2심 법원은 결코 떳떳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일은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교훈을 사법기관은 한 번 더 명심해야 할 사건이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을 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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