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언론인
이상우 언론인

25일 국회 본회의는 참으로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 83만여 곳의 중소기업과 소규모 영업장이 혜택을 받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팽개치고 한 표를 의식한 ‘달빛 고속철’ 특별법은 통과 시켰다.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 이름을 딴 이 특별법은 경제성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무시되었다.

한심한 국회의 이날 첫 번째 통과되는 특별대우를 받은 안건은 정의당 이은주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 가결안이었다. 이은주 의원 사퇴 안 표결은 재석 26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79명으로 통과되었다. 이 안건은 순전히 정의당 의원 6석을 이번 총선 때까지 유지하기 위한 꼼수였다. 이은주 의원은 21대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는데 선거운동 때 서울교통공사 노조원 77명에게 불법적인 선거자금 312만원을 받았고, 지지자들에게 37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해 11월 1심과 2심에서 당선 무효 형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다음 달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어 있다. 이은주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만약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다음 순번이 국회의원을 승계할 수 있다.
21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5월29일까지이기 때문에 미리 사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만약 다음 달에 대법 판결이 나온다면 승계가 불가능해져서 정의당 의석은 5석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임기 종료일 120일 전인 이달 30일 이후는 사임을 해도 후임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서 미리 사표를 내는 양심 파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이로써 정의당 비례대표는 연달아 2명이 의원직에서 물러나고 새로 2명이 의원직을 승계한 셈이다. 비례대표 5번인 이은주 의원이 사임하기 하루 전 비례대표 1번이었던 류호정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고 신당 ‘새로운 선택’으로 합류하면서 떠났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는 비례 8번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9번 자스민 전 새누리당 비례의원이 승계했다. 정의당이 의석 6자리를 유지하려고 이러한 꼼수를 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4월 총선에서 의석수대로 순서를 정하는 입후보자 기호 3번을 가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다다익선인 국가 보조금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3번 정의당’이라는 이미지를 오래 동안 지켜왔기 때문에 포스터나 현수막 표기는 물론 TV 토론에서도 참가할 수 있어 아주 유리하다.

두 번째 이유는 돈 문제다. 정당의 국고금 보조금이 의석수에 따라 분기별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선거 때의 별도 지원금도 역시 의원 수에 비례한다. 작년 4분기의 경우 제1당인 민주당 54억 원, 국민의힘 50억 원, 제3당인 정의당 8억 원이었다. 정의당은 지금 돈 한 푼이 아쉽다. 사무직원 월급을 주지 못해 의원들이 갹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원의 탈당과 복당을 두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꼼수는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변형 비례제와 ‘검수완박’ 법률을 통과시킨 민주당 의원의 탈당과 복당 꼼수였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임기를 2년씩 나누어 하자는 꼼수를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당이 비례대표의원들을 이용한 꼼수는 반드시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선거법과 국회법을 고쳐 비례제도의 탈당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제도를 최악의 꼼수로 응용한다면 기상천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비례로 당선된 의원들이 사전에 약속을 하고 1년씩만 하고 나가기로 한다면, 1명의 비례대표 의원 자리에서 4년 동안 4명의 국회의원 출신자를 만들 수 있다. 아니 6개월씩만 국회의원 생활한 뒤 사퇴 하고 다음 순번에게 차례로 넘겨준다면 8명의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꼼수 쓸 바에야 한 당에서 아예 3개월씩 국회의원하고 나가면 4년간 16명의 국회의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자리를 두고 상상한 일이지만, 이론상으로는 3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같은 방법을 쓴다면 한 당에서 무려 48명의 국회의원이 탄생 시킬 수 있다.

이런 사퇴를 막기 위해서는 사망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외에는 사퇴하더라도 승계를 못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정의도, 원칙도, 타협도, 애국심도 없는 지금의 일부 막장 국회의원들이 무슨 꼼수를 더 쓸지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

많은 국민은 지금 21대 국회에서는 바랄 것이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 다음 국회에서라도 국민의 대표답게 양심과 원칙과 애국심을 발휘하여 법을 새로 고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을 발표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