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협중앙회 밑 경제·금융지주 체제→1중앙회 1지주 추진
상호금융은 독립 법인화…금융지주 지분 보유시켜 영향력↑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 © 농협중앙회
제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 © 농협중앙회

민주신문=김다빈 기자|농협중앙회가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앞두고 있다. 농협을 지탱해 온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과감한 공약을 들고나온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새로운 중앙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농협중앙회는 자산 규모 145조 원, 계열사만 32곳을 보유한 국내 거대 경제기관이다. 이에 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농협중앙회 대변혁이 실현될 경우 농협은 물론 금융과 유통 등 국내 경제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5일 강호동 당선인은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직선제로 진행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 새로운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오는 3월 예정된 중앙회 정기총회부터 임기를 시작해 2028년까지 4년간 중앙회를 이끌게 된다.

강 당선인은 임기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농협법 개정'을 위해 정부·국회 등과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때부터 농협중앙회를 지탱하는 것은 전국 농축협 상호금융이라는 판단 아래 이들의 영향력 확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강 당선인은 현재 '1중앙회-2지주' 체제인 농협의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조 개편을 위해선 ’농협법 개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 당선인은 국회 등과 밀접한 소통에 빠르게 나설 전망이다. 

현재 농협 지배구조는 농협중앙회 산하 하나로유통, 농협홍삼, 남해 화학 등을 보유하며 경제 산업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가 있다. 또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금융 산업을 맡고 있는 농협금융지주가 경제지주와 함께 중앙회 밑 2지주 체제를 지키고 있다.

강 당선인은 전국을 무대로 하고 있는 농축협 지역 상호금융과 NH농협은행의 업무와 범위가 상충해 있다고 판단했다. 크지 않은 지역 내 농협 상호금융과 농협은행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출혈경쟁'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강 당선인은 농협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경제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재 농협중앙회 직속 산하 부서인 농축협 상호금융을 새로운 법인으로 독립을 추진한다. 이렇게 독립된 상호금융은 다시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중앙회와 일정 수준 나눠 갖는다.

상호금융이 농협금융지주의 대주주 격으로 올라서게 되면 중복되는 업무 범위를 정리할 수 있고, 은행과 상호금융 각각 고유의 사업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농협경제지주의 경우는 농협중앙회로 통합을 추진한다. 하나로유통 등 경제사업을 농협중앙회가 흡수해 이를 지휘해 경제지주 핵심사업들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지분을 중앙회와 독립된 상호금융이 나눠 보유하는 점을 미뤄 사실상 '1중앙회-1상호금융' 체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호동 당선인은 지배 구조상 변화를 넘어 상호금융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금융 지원에도 힘쓸 계획이다. 우선 무이자자금을 20조 원으로 확대한다. 또 농축협 한 곳당 200억~500억 원을 지원, 사업 운영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안도 담았다. 

강 당선인이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강화하는 또 다른 배경은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기 위함이다. 현재 중앙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화를 통한 미래 농협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강 당선인은 내부 혁신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협의 교육지원·경제·금융 사업 전반을 총괄할 ‘미래전략실’을 신설한다. 

또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캐피탈 매각 ▲농협생명·손해보험의 공제사업 재편 ▲이사회를 통한 상호금융 조합장 보수 결정 ▲연봉 하한제 및 특별 퇴임 공로금 제도 마련 ▲도시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 ▲도시·농촌 농축협 간 상생 등을 추진해 나간다. 

농협 컨트롤타워를 세워 수십년 간 농협을 이끌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게 강 당선인의 의지다.

강호동 당선인은 "공약으로 제시한 여러 정책과 과제들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만들 것"이라며 "중앙회 및 농·축협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농민의 농협을 만들고 세계속의 글로벌 농협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그간 국민에게 받은 사랑과 성원을 돌려드리기 위해 4년을 10년 같이 일하겠다"며 "임기 내내 농민 곁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현장에 가 있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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