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전체 소매 시장서 켈리 점유율 6.1%…6개월 연속 6%대
켈리 출시 후 맥주 시장 점유율 1~3%p↑…‘테라’ 부진 해결은 숙제로

신제품 '켈리' 론칭 TV광고. ⓒ하이트진로
신제품 '켈리' 론칭 TV광고. ⓒ하이트진로

민주신문=최경서 기자|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내놓은 맥주 신제품 ‘켈리’가 선전하고 있다. 출시 후 업계 최단 기간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는 등 출시 초반부터 스퍼트를 내면서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 점유율을 견인 중이다.

반면 기존 제품인 ‘테라’는 오히려 평소 대비 힘이 빠진 모습이다. 하이트진로가 ‘켈리 효과’를 앞세워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선 테라의 반등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소매 시장에서 켈리의 매출 대비 점유율은 6.1%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아직 입점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던 첫 두 달을 제외하면 6월부터 12월까지 연속 6%대 유지다.

켈리가 출시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신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켈리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를 제치고 국산 맥주 3위에 올라선 상태다.

지난 2020년 오비맥주가 출시한 신제품 맥주 ‘한맥’의 경우 좀처럼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순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리뉴얼을 단행하고, 메인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수지’를 발탁했음에도 매출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선 켈리의 초반 기세가 다소 꺾인 모양세지만, 겨울이 ‘맥주 비수기’인 만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맥주 성수기로 불리는 7~10월 이전까지 입점을 얼마나 더 늘리고, 마케팅에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지가 올해 성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테라와 켈리. ⓒ뉴시스

켈리가 점유율을 6%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가정용 맥주 시장 점유율은 예상 밖 ‘보합권’을 유지했다. 켈리 출시 전인 지난해 1~3월 27%대 점유율에서 1~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 것.

업계에선 하이트진로의 전체 시장 점유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것이 기존 제품 테라의 부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켈리가 선전하면서 ‘캐니벌리제이션’(자기잠식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라가 팔리던 자리에 켈리가 입점하면서 자연스럽게 켈리 매출은 늘어난 반면 테라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 켈리 출시 전인 1~3월 14%대였던 테라의 시장 점유율은 켈리 출시 후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지난해 테라의 월별 매출 역시 비수기 300억 원대, 성수기 400억 원대에 그쳤다. 이전까지 성수기 월 매출이 600억 원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셈이다.

다만 자기잠식 효과는 맥주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음식점 매대에 배치할 수 있는 제품 수가 한정적이기에 메인 제품을 입점시키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신제품에 내줄 자리가 많을 리 없다.

통상 신제품을 출시하면 기존 제품과 신제품 둘 중 한 제품의 성적은 떨어져 왔다. 신제품이 잘 팔려 기존 제품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거나, 기존 제품이 버티고 있어 신제품이 들어갈 자리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롯데칠성음료 맥주 신제품 ‘크러시’ 모델 카리나 포스터.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 맥주 신제품 ‘크러시’ 모델 카리나 포스터. ⓒ롯데칠성음료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출시한 ‘크러시’가 있다. 크러시 역시 출시한 지 두 달 가까이 됐음에도 좀처럼 유흥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입점률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에는 결국 유흥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가정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판국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유흥 채널 맥주 시장 점유율만 무려 80%를 웃돈다. 켈리 점유율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유흥시장 매대는 만석인 셈이다. 오비맥주의 카스조차 세컨드 브랜드인 한맥을 유흥시장에 입점시키는데 고전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을 뒤흔든 아사히 ‘생맥주캔’ 제품의 등장도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 상승에 큰 걸림돌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켈리는 출시 시기가 아사히 생맥주캔과 맞물린다. 아사히 생맥주캔이 출시와 동시에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몰면서 켈리의 신제품 효과를 희석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롯데아사히주류가 오는 3월 생맥주캔 2탄 ‘아사히 쇼쿠사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또 한 번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는 생맥주캔 인기가 한풀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후속타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점은 하이트진로의 전체 시장 점유율이 소폭이나마 성장했다는 것”이라며 “테라와 켈리 간 공존 문제만 해결한다면 확실한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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