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국내 오프라인 사업 확장 재시동…지난해 신규 매장 9곳↑

서울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뉴시스
서울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노재팬’(No Japan·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던 일본산 맥주와 일본 패션 브랜드 등 일본 제품들이 최근에는 인기를 몰며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옷 시장에서 매출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년 만에 매출 1조 원 돌파에 성공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최근 국내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여주점’, ‘경주점’ 등 신규 매장 9곳을 추가로 오픈한 상태다. 이는 사실상 노재팬 기조가 사라지자 다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니클로는 한때 노재팬 영향으로 국내 사업 철수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19년 유니클로 국내 매장 수는 189개에서 2022년 127개까지 줄었다. 그러다 작년 말 기준 131개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냉랭했던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노재팬도 사실상 끝난 상황”이라며 “이를 계기로 일본 기업들이 다시 한국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본 맥주 업체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민주신문 최경서 기자
일본 맥주 업체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민주신문 최경서 기자

◇ 4년 만에 찾아온 호황

일본 브랜드들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일제히 매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노재팬이 한창이었던 2019년 이후 약 4년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년 회계연도(2022년9월~2023년8월) 매출액은 92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

지난 2019년 노재팬과 코로나19 등이 겹쳐 실적이 악화된 지 약 4년 만에 다시 1조 원 매출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13억 원으로 23.1%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1272억 원으로 42.8% 늘어났다.

일본산 맥주도 국내 ‘수입맥주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283.3% 급증한 5552만 달러(약 744억 원)를 기록했다. 일본산 맥주 수입액이 1위에 오른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불어온 노재팬 영향으로 급감한 바 있다.

맥주뿐 아니라 일본산 위스키 수입액 역시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위스키 수입액은 798만 달러로 전년 대비 92.5% 증가했다.

일본산 맥주가 다시 주목을 받자 롯데아사히주류는 오는 3월 ‘아사히 쇼쿠사이’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아사히 쇼쿠사이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생맥주캔이다.

일본 생활패션잡화 브랜드 무인양품(MUJI)도 2019년 이후 수년간 영업손실을 지속해오다 지난해 4년 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인양품의 작년 회계연도(2022년 9월1일~2023년 8월31일) 매출은 1499억 원으로, 직전 회계연도 1240억 원 대비 20.9% 증가했다.

서울 한 영화관의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뉴시스
서울 한 영화관의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뉴시스

◇ ‘노 재팬’에서 ‘예스 재팬’으로

‘예스 재팬’ 기조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는 분위기다. 소비 연령층이 노재팬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로 집중된 영향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포켓몬 빵’이 있다. SPC삼립은 지난 2022년 2월 ‘MZ세대’ 가슴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던 포켓몬 빵을 재출시해 ‘포켓몬 열풍’을 일으켰다.

이는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포켓몬 빵은 43일 만에 1000만 봉이 판매되는 한편 편의점과 대형마트 ‘오픈런’(오픈하자마자 구매하는 행위)부터 동봉돼 있는 포켓몬 띠부씰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수십만 원에 판매되는 리셀 현상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포켓몬 빵 인기에 SPC는 타 브랜드에서도 포켓몬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고, 작년에는 배스킨라빈스 등 브랜드를 통해 협업상품으로 산리오 캐릭터즈 굿즈를 내세웠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도 대유행을 탔다. 유튜브, SNS 등에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패러디해 ‘XXX의 문단속’으로 제목을 지어 올리는 영상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등장 캐릭터인 ‘다이진’ 굿즈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이후 예스 재팬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아사이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었다. 국내에서 ‘아사히 캔 생맥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일각에선 입맛에 맞는 상황만 골라서 불매운동을 하는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불매운동을 개인의 자유로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품 구매 시 구매자가 얼마나 만족할 수 있냐가 우선일 뿐 국적이 어디냐를 따지는 것은 넌센스라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노재팬의 원인이었던 한일 관계도 지난해 한일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회복된 만큼 노재팬을 계속 고집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현재 인기 있는 국내 IP는 어린이 소비층이 한계인 ‘캐치 티니핑’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국내 IP산업 육성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