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최대 실적 달성…경영 능력 입증
올해도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올인…美·日 승인 관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한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한진

민주신문=승동엽 기자|“코로나19라는 커다란 위기가 지나갔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항공업계의 변화와 혁신 속에서 기본에 충실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제를 마무리하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올 초 밝힌 신년사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 몇 년간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정부 지원으로 연명해온 대표적 직군이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에 달하자 항공기 운항을 제한했다. 국적 항공사들은 이익은커녕 유지비만 토해내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달랐다.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역발상으로 화물사업을 강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또 여객 사업이 회복하자 화물기로 개조한 여객기를 원상 복구하는 등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이 모든 전략을 이끈 인물이 조원태 회장이다.

이제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목전에 두고 국내 유일무이한 항공그룹 도약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이라는 극한 외부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 경영권 분쟁→사상 최대 실적…조원태 역발상 통했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원태 회장은 미국 마리안고등학교,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후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 상무보 등을 거쳐 2007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6년 총괄부사장 승진 후 대한항공의 대표를 처음 역임했고, 2017년 사장으로 승진해 2019년 한진칼 대표이사에도 취임했다. 같은 해 부친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회장직에 올랐다.

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후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를 맞았다. 2020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그레이스홀딩스, 대호개발 등이 모인 3자 연합이 조 회장에 맞서 경영권을 다퉜다.

한때 3자 연합은 지분율을 끌어모으며 최대주주 요건을 갖췄으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 되면서 결국 패했다. 안정적인 기업 운영을 원했던 산업은행의 등장으로 조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조 회장 지휘 아래 대한항공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특히 여행 수요가 사실상 멈춘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2020년 연간 영입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0년 매출 7조6105억 원, 영업이익 1073억 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매출 9조168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1조4180억 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수요 감소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지만, 조 회장의 발 빠른 대처가 돋보인 결과였다. 조 회장은 앞서 언급한대로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역발상을 통해 화물 수송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자 실적은 더욱 호전됐다. 2022년에는 매출액 14조961억 원, 영업이익 2조8306억 원을 기록했다. 조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주기돼 있는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모습. © 뉴시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주기돼 있는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모습. © 뉴시스

◇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올인…사실상 美·日 승인만 남아

한진그룹 수장에 오른지 6년차에 접어든 조원태 회장은 올해 최대 경영목표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으로 잡고 있다.

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인수·합병은 경쟁력 있는 기재와 숙련된 항공 전문가를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원을 적재적소에 재배치는 대한항공만이 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을 받으면 통합항공사는 이륙을 위한 활주로에 서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온 합병의 시간이 기존 예상보다 지연됐지만, 껄끄러웠던 유럽연합(EU)의 심사가 조만간 고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는 합병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내달 14일 이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EC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 등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시정조치안을 내놓았다.

EU의 승인을 받는다면 기업결합까지는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허가만 남는다. 대한항공은 현재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11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 두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를 두고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먼저 여객·화물 독점 우려 완화 조치를 하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도 합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부분 노선은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자유화 노선이기 때문에 LCC(저비용항공사)를 비롯한 신규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미국이 EU 못지않게 깐깐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한 매체는 법무부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미국 노선을 공동 운항 중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노선 경쟁력 악화 등을 내세워 양사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대한항공 측은 “해외 경쟁당국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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