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앞줄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배우 김의성(앞줄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승동엽 기자|문화예술인연대회의(연대회의)는 12일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은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봉 감독과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은 돌아가며 성명을 낭독했다. 배우 최덕문과 장항준 감독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봉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나온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고인의 3차례에 걸친 출석 정보를 공개한 점,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앞으로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종신은 이선균의 사생활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KBS 보도를 거론하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그는 “혐의 사실과는 동떨어진 사적 대화를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레커‘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정부와 국회에도 형사 사건 공개 금지와 인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으로 명명하고, 향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절차가 적법했다고 해도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건에 침묵하면 안 된다”면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단체 29곳이 참여했다.

성명서는 이들 단체를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김진표 국회의장과 경찰청, KBS에 전달할 방침이다.

김의성은 “고인은 지난해 10월 23일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했다”며 연대회의 발족과 성명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대회의 소속 영화·대중문화계 단체 대표 12명도 참석해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고인의 사안이 이에 해당하는지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면서 “디지털 감옥에서 살 수밖에 없는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기사를 삭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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