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한국 VS '조직력' 일본…아시아 맹주 가린다
64년 무관…지난 4번의 대회, 한국 꺾은 팀이 우승 '수모'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후반전 한국 손흥민이 팀의 네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후반전 한국 손흥민이 팀의 네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한국이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한다.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그동안 4차례 준우승에 그쳤다. 2007년 대회 이후로는 한국을 꺾은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슈퍼스타 손흥민을 필두로 `역대 최강` 전력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무관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일본(4회 우승), 사우디아라비아, 이란(3회 우승)이 아시아 축구의 정상에 올랐다. 탄탄한 전력을 앞세운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팀으로 꼽히고 있다. 중동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모래바람도 주의해야 한다.

◇ ‘월드 클래스’ 한국 대표팀…파괴력 뛰어나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아랍에미레이츠 뉴욕 유니버시티 아부다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에서 플랜B를 가동하며 마지막 담금질도 마쳤다.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이후 A매치 6연승을 거두는 동안 20골·무실점을 기록했다. 앞서 0대 0 무승부로 끝난 웨일즈와의 평가전까지 더하면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으로, 이는 한국 대표팀 역대 A매치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동안 대표팀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팀들의 수비축구에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튀니지,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 등 A매치 상대가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승리를 거둔 것은 분명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튼) 등 ‘월드 클래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먼저 10년 넘게 유럽 리그에서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캡틴’ 손흥민은 올 시즌에도 벌써 12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탈장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지난 시즌 부진을 완전히 떨쳐내고 올 시즌은 소속팀에서도 주장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를 36년 만에 세리에A 정상에 올리며 세계 정상급 수비수로 인정 받았다. 올 시즌에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괴물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대인수비와 라인컨트롤, 빌드업까지 수비수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치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희찬은 가능성은 충분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항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아시안컵을 앞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0골을 기록하며 경기력에 물이 올랐다. 국가대표에서도 손흥민과 함께 AFC가 선정한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공격수 5인’에 뽑혔다. 특히 저돌적인 돌파와 스피드에 골결정력까지 더해져 손흥민에게 집중됐던 상대 수비의 견제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표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이강인은 3일 프랑스 슈퍼컵에서 PSG 입단 후 첫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결승 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해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부족했던 탈압박과 볼 배급 능력을 갖춘 테크니션 스타일의 선수로, 팀의 완성도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즈베즈다), 조규성(미트윌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강력한 스쿼드를 구축했다. 이번 아시아컵 대표팀에 소집된 26명 중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11명에 이른다.

양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우승권 팀 대비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네임벨류는 물론 파괴력까지 갖췄다. 

일본 축구대표팀 ⓒ뉴시스
일본 축구대표팀 ⓒ뉴시스

◇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일본…두터운 선수층이 장점

그러나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일본이다. 손흥민, 김민재와 같은 ‘월드 클래스’급 선수는 없지만, 선수단 26명 중 20명이 유럽에서 뛰고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일본 대표팀은 2018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온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지휘 아래 2019년 아시안컵 준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승후보인 독일과 스페인이 포함된 죽음의 조에서 두 팀을 모두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도 일본 대표팀은 A매치 10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4-1)과 튀르키예(4-2) 등 만만치 않은 상대로도 다득점을 뽑아내며 경기당 평균 4.5골의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일본 역시 ‘역대 최강’ 전력으로 다시 한번 아시안컵에 도전장을 내민 것.

다만 에이스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가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입은 것이 불안요소다.

통계 전문 매체 ‘옵타’는 9일 슈퍼컴퓨터의 1만 회 시뮬레이션 결과 일본의 우승 확률은 24.6%로 나타났다고 예측했다. 한국은 14.3%로 일본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만약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조별예선 1위로 진출한다면 두 팀이 맞붙는건 한국시각으로 설날연휴에 치러지는 결승전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과 일본에 견줄 수 있는 팀은 없지만, 카타르에서 대회가 치러지는만큼 중동의 모래바람은 유의해야 한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아시안컵 3회 우승으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번 아시안컵에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VAR과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침대 축구 방지를 위한 추가 시간이 도입된다. 중동 팀을 만날 때마다 우리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이후 4번의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꺾은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과 2011년 대회에서는 4강에서 한국을 꺾은 이라크와 일본이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2015년에는 호주가, 2019년에는 카타르가 각각 결승과 8강에서 한국을 잡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15일 바레인과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64년 만에 왕좌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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