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전월 기준 500만 원 이상 판매자에 7만7000원 부과
11번가, 3년째 적자행진…수익성 개선 통해 기업 가치 상승 노림수

11번가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e커머스 부문. ⓒ뉴시스
11번가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e커머스 부문.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11번가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판매자 ‘서버 이용료’를 받는다. 올해 흑자 달성을 위한 수익성 개선 목적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현재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11번가가 향후 M&A 시장을 대비해 일찌감치 몸값을 올려두려는 것이 ‘진짜 목적’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다음 달 1일부터 판매수수료와 별도로 서버 이용료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월 구매 확정액 기준 월 500만 원 이상인 판매자에게 매달 서버 이용료 7만7000원을 받는다.

서버 이용료는 일종의 플랫폼 서버 환경 조성을 위한 수수료다. 일종의 ‘자릿세’ 개념인데, 쿠팡, 위메프, 티몬 등은 이미 소셜커머스 시절부터 서버 이용료를 부과해왔다. 11번가 입장에선 다소 뒤늦은 도입이다.

이에 대해 11번가는 모회사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향후 SK스퀘어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어 자체적으로 수익 개선에 나섰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11번가는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지난 2020년 98억 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무려 1515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 역시 910억 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14.1%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크다. 당기순손실은 전년(756억 원)보다 늘어난 852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경쟁사들은 서버 이용료 도입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며 “11번가도 매년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선 성공 사례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CI. ⓒ뉴시스
11번가 CI. ⓒ뉴시스

◇ 최우선 과제는 적자 탈출

앞서 11번가는 수익성 개선 일환으로 ‘몸집 줄이기’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간 기업들이 연초마다 관행처럼 진행하던 일종의 ‘비효율 걷어내기’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홈앤카’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14년간 운영하던 ‘티켓 11번가’ 서비스도 문을 닫았다. 특히 이 시기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상반기에는 오픈마켓 사업 부문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성과도 냈다. 데이터 기반으로 가격 할인 구조를 변경하는 등 비용효율화를 추진하면서다.

현재 11번가 사업 구조는 크게 오픈마켓 사업과 직매입 사업으로 나뉜다. 오픈마켓 사업은 11번가에 입점한 판매자의 상품을 중개하는 사업이다. 11번가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11번가는 지난 2022년 기준 네이버, 쿠팡에 이은 국내 오픈마켓 3위 사업자다. 판매자들에게 서버 이용료를 부과하면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문제는 이런 수수료 정책이 판매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만이 커질 경우 판매자들은 다른 플랫폼으로 판매처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11번가가 많은 판매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버 이용료 등 제도가 없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던 이유도 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힘은 많은 판매자에서 나온다”며 “11번가가 이런 강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영배 큐텐 사장. ⓒ뉴시스
구영배 큐텐 사장. ⓒ뉴시스

◇ ‘큐텐 사례’ 되풀이 없어야

앞서 11번가는 지난해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 투자 유치를 받으며 지분 18.18%를 넘겼다. 조건은 5년 내 상장이었다.

이에 11번가는 지난해부터 상장을 준비하며 올해 초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려 했으나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IPO(기업공개)를 잠정 중단했다.

이는 증시 악화 및 이커머스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1번가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탓이다.

실제 2018년 투자 당시 11번가의 몸값은 2조7000억 원대로 평가됐으나, 최근 1조 원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11번가는 약속된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이후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강제 매각 수순에 놓였다. 업계에선 이러한 상황이 서버 이용료 부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새마을금고·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입장에서도 돈을 회수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1월 중순 이후 매각 대상자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스퀘어는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을 대상으로 11번가 매각을 시도했다. 그러나 낮은 지분 가치 책정 등 양측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지난해 9월 알리바바와 아마존 등도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들도 각각 모종의 이유로 인해 최근에는 인수에 대한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다른 인수자에게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하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 필수”라며 “유력 매각 대상자는 또 다시 큐텐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썬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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