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넥슨에 과징금 116억…민사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 ‘게임산업법’ 3월 시행 앞둬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넥슨코리아에 대해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넥슨코리아에 대해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공정위가 온라인 PC게임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넥슨코리아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관련 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공정위는 3일 온라인 PC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소비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불리하게 변경한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인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및 버블파이터의 ‘매직바늘’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낮추거나 일부는 0%로 변경했음에도 이를 공지에서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가 대상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의 서비스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게 되면 면밀하게 살펴본 후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곧바로 “이번 조치는 확률 자체에 대한 법적 공개 의무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전자상거래법의 취지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 확률형 아이템 구매 시 중요한 요소인 확률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을 알리지 않은 것은 제재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관련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현재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김준성씨와 법정 소송 중에 있다. 

김 씨는 이번 사건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넥슨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심에서 수원지법은 김 씨에게 청구금액의 5%인 약 5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넥슨은 이에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소송대리인 이철우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확률 조작 등의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임을 확인했다”며 “곧 내려질 대법원의 판결은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구체적으로 넥슨에게 이용자에 대한 배상책임 또는 환불의무를 발생시키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이 이용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후속적으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에 관한 메이플스토리 운영진 유튜브 라이브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공정위 제재에 관한 메이플스토리 운영진 유튜브 라이브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관련 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앞서 게임업계는 2015년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주도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도입해 게임 내 구매화면에서 확률정보를 표시하는 등 자정 작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게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그나마 제대로 정착되지도 못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소비자들은 게임사를 상대로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고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여는 등 불만이 고조됐다. 특히 이용자의 목소리를 담은 트럭을 여의도 국회와 게임사 본사 등으로 보내는 ‘트럭 시위’가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결국 2021년 ‘메이플스토리’ 사태를 계기로 국회가 법제화에 나섰고, 지난해 2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4년 첫 국무회의에서는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오는 3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의 엄격한 공개와 처벌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 후 지난해 11월에는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확률 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에 의한 폐단을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 “게이머 보호는 우리 정부의 전반적 기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게이머 권익 보호를 위해 ‘모바일게임 표준 약관’ 개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2017년 제정한 현행 약관은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1개월 미만 미사용 아이템’에 한해서만 보호하는데, 확률형 아이템은 ‘사용’이 전제되기 때문에 약관이 무의미하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부터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여러 뽑기 요소를 모두 획득해야 최종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독일과 스페인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취급해 법적으로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달 22일 고강도 게임 규제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합리적인 추첨횟수와 확률을 공개해야 하며, 확률형 아이템 구매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반드시 확정형 등 다른 방식으로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미성년자에게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우리 사회의 게임 이용자 권익에 대한 인식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와 정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한발짝 나아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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