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통해 ‘오너 리더십’ 발휘…주요사 협업 이끌어
반도체 한파 속 과감한 투자…사법리스크는 여전히 발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민주신문=승동엽 기자|회장 취임 2년 차인 이재용 회장에게 올 한해는 분초를 다투는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연초부터 세계 경제 중심에 있는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기 위해 바삐 움직였고, 국가적 이벤트에도 적극 동참하며 고군분투했다.

현장 경영을 통한 ‘오너 리더십’을 최대치로 발휘했지만 부침도 있었다. 올 3분기 누적으로만 12조 원 넘게 적자를 낸 초유의 ‘반도체 한파’를 겪었고,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 그야말로 ‘동분서주’

글로벌 경제 침체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진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1년 동안 적극적인 대외활동으로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올해 1월부터 출장길에 오르며 바쁘게 뛰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나 UAE가 추진 중인 반도체·IT 등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스위스로 넘어간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리더들이 대거 참여하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해외 네트위킹 강화에 집중했다. 이 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가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후 2월과 4월에는 각각 중국과 일본을 방문했고, 4월에는 역대 최장인 22일간 출장길에 올랐다. 첨단산업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방문이었다.

이 기간 이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전기차·반도체·IT·AI·바이오 등 분야의 글로벌 기업 총수 약 20명과 잇달아 만나며 사업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외에도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네덜란드·프랑스 등 주요국부터 신흥국의 산업 현장을 직접 돌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했다. 비록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매월 수차례 해외를 나가기도 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해외활동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네덜란드 출장길에서 세계 유일의 반도체 노광장비 ‘EUV’(극자외선)를 생산하는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과의 만남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과 베닝크 회장의 만남을 통해 삼성과 ASML은 1조 원을 투자, 한국에 EUV R&D 센터를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ASML이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과 해외에 R&D센터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일명 ‘슈퍼을(乙)’로 불린다.

EUV는 1대당 약 2000억 원에 달하는데, 연간 약 50대만 생산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을 낳고 있다.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EUV 장비를 필수로 써야 한다.

특히 2024년에 나오는 차세대 EUV 장비는 1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TSMC와 3나노 공정을 주도하고 있고, 2나노와 1나노 시장에서도 첨단 기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인텔까지 초미세 공정 개발을 선언한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는 ASML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EUV 장비 확보는 물론 최첨단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업계 1위인 TSMC와의 격차도 좁힐 것으로 관측된다.

◇ 반도체,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사법리스크는 여전히 과제로

이재용 회장이 1년 내내 해외 곳곳을 누빈 데에는 우리 산업계뿐만 아니라 삼성에 불어닥친 반도체 한파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한파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2조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90% 넘게 급감하며,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 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오히려 공격적인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서면서 정면 돌파를 모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33조4408억 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액(29조1021억 원)을 4조 원 이상 초과한 수치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300조 원이 투입될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도 본격화된다. 평택 반도체단지와 연결 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대 메가 클러스터의 탄생이다.

최첨단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도 내년 말 양산을 향해 순항 중에 있다. 여기서는 TSMC와 격차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4나노 공정 AI반도체가 생산된다.

일본에서는 36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이 중 일본 정부가 절반을 보조하며 협력의 모습도 갖췄다. 올 한해 초유의 반도체 한파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 회장의 필사의 노력이었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악재다. 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그간 노력들도 무용지물에 가까워질 공산이 크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총 565일간 옥고를 치르는 등 햇수로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검찰로부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 2개월 만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1심 재판이 마무리되며 내년 1월 26일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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