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조직개편·임원 인사 통해 '3인 부회장직' 폐지 

© 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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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김다빈 기자|하나금융그룹이 내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유지하고 있는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부문 임원 도입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6일 '2024년도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 핵심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대응이다. 

현재 대내외적인 금융 변동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이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 전문성 기반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그 대표적인 실행 방안으로 하나금융은 부회장 직제 대신 부문 임원을 마련한 것을 꼽았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1년부터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김정태 회장이 물러나고 그 뒤를 대신한 함영주 현 회장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유지했다. 현재 박성호, 이은형, 강성묵 3인이 하나금융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3인의 하나금융 부회장들은 부문 임원으로 직제가 변경돼 기존에 맡던 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직함에 변화만 있을 뿐 두 부회장의 업무 차이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신 하나금융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하나금융그룹의 전반적인 전략을 총괄하던 박성호 부회장을 이번 부문 임원 인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금융권은 이같은 변화를 두고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편' 권고에 적극 화답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그룹 내 부회장직은 사실상 차기 회장(CEO) 등용문으로 불려 왔다. 부회장 제도가 CEO 경선 과정 중 그룹 내 인지도 및 입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 회장을 맡고 있는 함영주 회장도 직전에 부회장직을 맡았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이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12일에도 "특정 금융지주를 언급하긴 조심스럽지만, 부회장 제도는 다른 후보를 회장·행장 등 유리한 지위에 있는 이들의 들러리로 세우는 형태의 선임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외부 신인 발탁 혹은 외부 경쟁자 물색까지 차단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이 부회장직을 공식적으로 폐지하며 당분간 KB·신한·우리·하나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지주 내 부회장직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하나금융 외 부회장직을 운영하는 곳은 KB금융그룹이지만, 이 자리는 공석이다. 양종희 전 KB금융 부회장이 윤종규 전 회장을 대신할 회장으로 올라섰다.

KB금융이 신임 부회장을 세우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에 부회장을 대신할 전문 임원 체제가 새로운 금융권 분위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 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 관행을 지속 설파하고 있어, 당분간 금융권에 제3의 후보군 양성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하나금융이 조직개편을 진행하며 상생 금융 지원 전담팀을 신설한 것도 당국 기조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KB금융도 새로운 부회장을 선임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를 폐지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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