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이탈에도 ‘K리그 득점왕’ 주민규 제외…K리그 홀대설에 ‘시끌’
“특정 선수 선발 여부로 비판 옳지 않아” VS “근거 없는 일방적 배제”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친선경기,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시스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이번 국가대표 소집명단에도 새 얼굴은 없었다. 스트라이커 자리에 공백이 생겼음에도 K리그1 득점왕조차 외면을 받았다.

일각에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K리그 홀대설’이 다시 떠오르는 분위기지만 갑작스런 깜짝 발탁은 선수 개인과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18일 대한축구협회는 2023 AFC 아시안컵 본선에 대비한 국가대표팀(A대표팀) 국내 훈련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은 아시안컵 최종명단 후보에 있는 K리그 선수들과 휴식기를 갖는 일부 해외파 중 훈련이 가능한 선수들로 꾸려졌다.

소집 명단을 보면 사실상 지난달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싱가포르전과 중국전에 나섰던 선수들이 그대로 부름을 받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최종 엔트리 확장에도 ‘변화 無’

이번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는 최대 인원이 기존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폭넓게 선수층을 꾸릴 수 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당장 새로운 얼굴 발탁 없이 기존 선수들로 1차 소집 명단을 꾸렸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 철학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속성을 꼽는 등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이 선수단을 꾸릴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 A매치 기간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 아시안컵은 기존 멤버 위주로 꾸릴 예정이다.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렸다”며 “메이저대회는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중심이 되는 선수들은 부상 없이 무사히 함께 했으면 한다. 이 뼈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집은 사실상 최종 명단과 직결되는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종 엔트리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26명으로 늘어난 데다 엔트리를 확정하기 전 선수들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소집에 뉴 페이스가 대거 발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황의조(노리치시티)가 축구 외적인 문제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유력한 대체자로 K리그1 득점왕 주민규(울산이)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뉴 페이스는 찾아볼 수 없었고, 주민규 역시 소집이 불발됐다.

그간 국내 팬들은 현재 한국대표팀의 약점으로 평가받는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취약 포지션 보강을 요구해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자국 리그를 관전하며 새 얼굴을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팬들 기대와 달리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유럽과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고집하며 주로 해외파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물론 새 얼굴을 반드시 국내 리그에서만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초점이 극단적으로 ‘유럽파’에만 맞춰져 있다는 데 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비롯해 김민재(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오현규(셀틱), 홍현석(헨트)이 추가 합류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이들이 합류하면 4자리가 남게 된다.

남은 자리는 김지수(브렌트포드)와 양현준(셀틱) 등 이전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선수들과 권혁규(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K리거 추가 발탁은 없는 셈이다.

주민규(울산)가 지난 8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R 울산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주민규(울산)가 지난 8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R 울산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정말 클린스만 감독의 ‘K리그 홀대’일까

K리거의 경우 긴 시즌을 마무리하고 휴식에 돌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 소집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은 몸 상태를 생각하면 이후 선발은 불가능에 가깝다.

K리그에서도 이번 명단에 소집될 유력한 후보들이 많았다. K리그1에서 무려 17골을 터트리며 소속팀 리그 우승을 견인한 주민규를 비롯해 영플레어상을 받은 미드필더 정호연(광주), 리그 정상급 풀백 홍철(대구) 등이 대상이다.

경우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이 최종 엔트리 26명을 꽉 채우지 않고 아시안컵에 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석을 두는 한이 있더라도 적어도 K리그에선 더 이상 발탁할 인재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를 홀대한다”, “아무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축구 전문가들 의견은 달랐다.

한 축구 전문가는 “특정 선수 선발 여부로 감독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게다가 이미 진작부터 선수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이대로 아시안컵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벤투 감독 때도 그랬다. 이강인을 왜 기용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매 소집마다 쏟아졌다”며 “결과적으로 이강인을 투입시켜 좋은 성과를 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단 믿고 아시안컵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동안 손발을 맞춰보지 않았던 선수를 깜짝 발탁하거나 경기에 투입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토너먼트 특성상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성적이 달라질 수도 있어서다.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64년간 묵혀왔던 한을 푸는 것이 목표다.

아시안컵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리그처럼 매주 경기가 열리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만나지도 않는다. 베스트11을 구성하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번에 발탁되지 않은 선수들은 아시안컵 이후를 노려볼 수 있다. 아시안컵이 ‘급한 불’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면, 그 다음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이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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