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전경 ⓒ뉴시스
한국거래소 전경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최근 직접 투자 열풍을 타고 증권시장에 액티브 ETF 상장 바람이 거세다. 액티브 ETF는 특정 테마나 섹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을 산다’는 ETF의 당초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최근 3년 사이 국내 액티브 ETF 시가총액 규모는 10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패시브 ETF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경쟁적으로 액티브 ETF를 출시하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액티브 ETF는 안정성과 장기적 수익성 측면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26%까지 확대

액티브 ETF는 기초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 매니저가 더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허용해 기초 지수 대비 알파(초과 수익)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TF다. 따라서 투자 종목과 비중 그리고 매매 시점을 펀드 매니저가 조종한다. 

액티브 ETF는 국내 ETF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0월 56개에 불과했던 액티브 ETF는 1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해 10월 말 기준 104개에 달한다. 자산 총액 역시 같은 기간 7조8000억 원에서 28조7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까지 확대됐다.

최근 글로벌 자산, 주식·채권 혼합, 리츠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 ETF가 등장하면서 외연이 넓어졌고,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는 ETF마저도 액티브 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시된 30개의 채권·금리형 ETF 가운데 25개가 액티브 상품이었다.

지난 6월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00조를 돌파했다. 액티브 ETF 역시 크게 늘어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까지 확대됐다. ⓒ뉴시스
지난 6월 한국거래소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개설 21년 만에 순자산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 높은 수수료…공모펀드 전철 밟을까?

그러나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액티브 ETF가 공모펀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모펀드는 올해 4월 기준 설정액이 100조 원 밑으로 내려갔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역시 21조 원까지 축소됐다. 2008년 말 각각 172조 원과 80조 원에 달했던 수치와 비교하면 상당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공모펀드에서 이처럼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높은 수수료와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판매수수료 최대 1%와 운용보수 최대 0.75%라는 높은 수수료에 비해 수익률은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낮을 때도 많았다. 최근 13년간 공모펀드가 코스피 수익률을 넘긴 건 6번에 불과했다.

시장을 이기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는 다양한 투자 전략이 있지만 주가 지수보다 못한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과거 워렌 버핏과 헤지펀드의 내기에서 드러났듯 세계 최고의 전문가도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알파)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게 하지 말고 시장 자체에 투자하자는 것이 ETF의 기본 개념이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운용보수는 평균 0.5%, 패시브 ETF의 운용보수는 평균 0.185%였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의 수수료는 연 0.80%로,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KBSTAR 미국나스닥100의 수수료 연 0.021%보다 크게 높았다. 

◇ 유행 쫓는 테마·섹터 ETF는 주의 필요

트렌드에 따라 우후죽순 상장되는 테마·섹터 위주의 구성도 특징이다. 상장 직후에는 거래량도 많고 강한 랠리를 펼칠 수 있지만 시장이 변화하면 금방 식어버릴 위험이 있다. 지난 21년 말 메타버스 붐을 타고 등장했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는 현재 주가가 반토막나고 거래량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물론 액티브 ETF가 아닌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메타버스 관련 패시브 ETF 역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침체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시장 대응에 따라 초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얼마나 충족되기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실제로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경우 벤치마크 상관계수는 0.89로, 패시브 ETF의 0.98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1년 강세장에서도 전체 뮤추얼 펀드의 79.6%가 S&P500 지수보다 못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 교수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활용해 초과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주 수입원이던 공모 펀드 시장이 축소되면서 액티브 ETF로 관심이 옮겨 갔다. 액티브 ETF 수익률이 운용 능력을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시장 벤치마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익률에 대해서는 상관계수 0.7을 유지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있어 제 실력을 전부 발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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