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이어 우리금융도 M&A 시장서 철수
인수 비용 견해 차 및 정부 압박에 투자 심리 위축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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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김다빈 기자|보험사 인수를 철회한 하나금융에 이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던 우리금융그룹마저 잠정적으로 인수 포기를 결정하며 인수합병(M&A)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각 비용 등에 따른 견해차가 주된 원인이지만,  최근 금융사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부터 추진해 온 상상인그룹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사실상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재개 시점을 두지 않고 인수 절차를 멈추겠다는 뜻을 상상인그룹 측에 전했다.

상상인그룹도 지난 20일 우리금융 피인수 검토설에 대한 조회 공시를 통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주식 처분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우리금융에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했다"며 "하지만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우리금융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현재 충청권 위주의 영업권을 보유한 우리저축은행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관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우리금융의 저축은행 인수 건은 '해프닝'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잠정 포기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적정 인수가격 차이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2~3000억 원 정도의 인수 비용을 검토 중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가격이 5000억 원에 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상인그룹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가격협상도 하기 전에 돌연 거래 중단으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이번 저축은행 인수를 당분간 진행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였고, 그 중심에는 정부와 당국의 압박에 의한 투자심리 위축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은행업권의 초과이익 환수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대형 금융그룹들을 향해 수천억 원대 상생금융안을 연내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당국은 금융권이 총 2조 원 규모의 상생 기금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4대 금융그룹은 각각 수천억 원 규모의 상생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 이전에 지난달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하나금융의 사례도 비슷하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7월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며 보험사 포트폴리오 강화에 뛰어들었다. 

이후 2~3개월에 걸친 세밀한 실사를 진행하며 인수 완료에 가까워지는 듯한 행보를 보였지만, 지난달 고심 끝에 M&A를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게 된 일차적 배경도 비용 문제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KDB생명의 적정 인수가격을 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실사 결과 인수 후 KDB생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이를 훌쩍 넘어선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시장은 KDB생명의 영업 기반과 건전성이 매년 줄어들거나 악화하고 있어 이를 정상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대 1조 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다만 상당 기간 적극적인 보험사 인수를 검토했던 만큼 곧장 다른 보험사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 하나금융은 현재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수 보험사가 매물로 나와 있음에도 일절 인수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 현재 KDB생명 외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당분간 무리한 M&A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양재혁 하나금융 그룹전략총괄(CSO) 상무도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와 관련 다른 경쟁사 대비 연금 보장, 자산운용, 자본시장에서 비교적 열악한 면이 있다"며 "이에 이 부분 성장을 위해 M&A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자본의 효율성 측면과 자체적인 성장성, 수익성 등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하나, 우리금융의 잇따른 비은행 M&A포기는 재정적 기반이 약한 금융사 인수를 독려하고 있는 정부의 기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잠정 중단선언을 한 배경은 인수하려는 기업의 업권에 대한 불투명성과 인수 이후 추가되는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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