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이룬 두산그룹, 로봇·반도체 후공정 등 첨단 신사업 집중 육성
핵심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 기존 원전 사업 외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 두산그룹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 두산그룹

민주신문=승동엽 기자|두산그룹 수장 박정원 회장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미래먹거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계에서 처음으로 4세 경영시대를 연 인물이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기존 사업의 기술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미래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3조 원 규모의 채무 상환을 끝내고 그룹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차세대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결단한 것.

이를 통해 박 회장은 로봇·반도체·원전 등으로 대표되는 ‘뉴 두산’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성장성이 보장된 시장의 빠른 주도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두산로보틱스 임직원이 아이들에게 협동로봇의 개념과 기본적인 작동 과정 등을 교육하고 있다. © 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임직원이 아이들에게 협동로봇의 개념과 기본적인 작동 과정 등을 교육하고 있다. © 두산로보틱스

◇ 경영정상화 두산그룹…박정원, 협동로봇 등 첨단 신사업 집중 육성

두산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이미 지난해 총 실적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699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1126억 원 대비 5.2% 높은 수치다.

두산은 한때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을 매각하며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내 친원전 정책과 해외 건설기계 수요 증가에 따른 수주 증가로 그룹 경영 정상화와 함께 계열사 외형 성장을 함께 실현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올해 견조한 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등 계열사들의 호실적 덕택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3분기 누적 수주액은 5조874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과 카자흐스탄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계약, 보령신복합발전 주기기 계약 등 수주들이 이어진 게 실적을 견인했다.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체 두산밥캣도 지난 2019년 대비 외형이 2배 가량 커졌다. 두산밥캣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338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716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처럼 경영 정상화를 이룬 박 회장과 두산그룹은 '뉴 두산' 실현에 고삐를 죄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봇시장을 겨냥한 신사업으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그룹 신동력 핵심으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핵심 사업모델로 정했다.

협동로봇 시장은 2030년 세계 시장 규모가 118억 달러(약 1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로봇시장 전체는 2030년 최대 2600억 달러(약 35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여러 솔루션 패키지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 2015년 출범 이후 2018년 3년 만에 제품을 출시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4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주식 상장도 마친 상태다.

박 회장의 ‘뉴 두산’ 구축을 위한 또 다른 업체는 두산테스나다.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의 핵심인 테스트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박 회장은 반도체 후공정이라는 신사업 육성에 그룹 미래를 걸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자산과 계열사를 매각한 두산그룹이 지난해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인수했다.

두산테스나는 올해 초 반도체 불황 여파를 벗어나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로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등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넓힐 방침이다.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용 캐스크 제작 공정 중 사진. © 두산에너빌리티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용 캐스크 제작 공정 중 사진. © 두산에너빌리티

◇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

박 회장의 ‘뉴 두산’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에서도 1조1706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1061억 원 대비 5.8% 올랐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사업 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두곽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세계에서 다섯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발전용 가스터빈 상업운전에 성공했다. 240시간에 걸친 연속 운전 시험을 끝내고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상업 운전을 본격화했다.

가스터빈은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워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최신 가스터빈의 경우 핵심 기술은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뎌야 하므로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시장에 그치지 않고 수소터빈도 미래 성장 사업 가운데 하나로 낙점하고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까지 40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경남 창원에 연 18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준공해 현재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 조사기관마다 전망이 조금씩 다르지만 SMR 시장은 2030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 세계 SMR 시장을 2035년 630조 원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SMR 위원회는 시장 규모를 2030년부터 2040년까지 연간 80GW(기가와트), 1500억 캐나다 달러(약 135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발전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서부발전과 김포열병합 설비안정화, 태안 IGCC 책임정비를 위한 기술교류·협력에 나섰다.

제주도에서는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도 가동한다. 제주도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는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의 잉여자원을 활용해 연간 8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방침이다.

국산화한 기술로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용기인 캐스크(Cask) 사업도 수주한 상태다. 원전에서 원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초기 5년간 물로 채워진 수조 안에서 습식저장방식으로 냉각한 후, 수조 외부에서 건식저장방식으로 보관된다.

이때 사용되는 캐스크는 방사선과 열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특수 설계와 고도의 제작기술을 필요로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까지 캐스크를 포함한 건식저장 시스템 설계를 완료하고 인허가를 취득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2060년까지 국내 건식저장시설과 중간저장시설에 약 2800개의 캐스크가 필요함에 따라 관련 시장 규모가 약 8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향후 제작 사업 수주 시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역·공정별 140여 개 중소 협력사와 함께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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