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선수 부상 문제가 관건…아시안컵 등 국제대회 차출 문제도 변수

지난 9월 24일(한국 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토트넘과 아스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라이스가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이현민 기자|토트넘과 아스날이 무패행진을 이어가면서 각각 프리미어리그 1·2위에 올랐다. 두 팀은 라이벌답게 승점부터 득실차까지 동일했으나 다득점 부분에서 토트넘이 앞서 1위를 차지했다. 

토트넘은 지난 7일(한국 시간) 케닐워스 로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 루턴과 맞대결에서 수비수 미키 판 더 펜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면서 1-0 신승을 기록,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아스날은 이틀 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홈경기서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의 극장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따냈다. 이 경기로 맨시티는 리그 2패째를 기록하면서 지난 시즌 트레블(3관왕)을 기록한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다.

사이좋게 승점 3점씩을 획득한 토트넘과 아스날은 각각 리그 8경기서 6승2무(승점10)를 기록하게 됐다. 무패행진을 기록하던 팀들이 모두 1패 이상을 쌓으면서 현재 리그에서 무패를 기록한 팀은 토트넘과 아스날만 남게 됐다.

토트넘과 아스날은 같은 연고지(북런던)를 두고 있는 영국 대표 지역 라이벌 팀이다. 이런 두 팀이 패배를 잊은 듯한 경기력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후반기까지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아스널과의 경기 후반 10분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 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아스널과의 경기 후반 10분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 뉴시스

◇ 확 바뀐 토트넘, ‘포스테코글루 매직’ 효과?

지난 시즌 리그 8위로 추락하는 등 끝없는 부진을 겪었던 토트넘이 이번 시즌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나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임 이후 토트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셀틱에서 도메스틱 트레블(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스코티시 리그컵·스코티시컵 우승)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뒤 이번 시즌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 안정적인 수비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축구스타일을 입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축구 흐름상 수비라인을 높이면서 경기를 펼치는 팀이 많아져 중앙 수비 라인의 중요성이 높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 영입한 반더벤과 로메로를 통해 안정적인 중앙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중앙수비수가 단단해지자 토트넘 공격진들이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10일 “토트넘은 지난 시즌 8경기에서 3139번의 패스와 평균 점유율 48%를 기록했다”며 “올 시즌은 8경기에서 61% 점유율과 4000번 이상의 패스를 완료했다.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라고 설명했다.

또 “토트넘은 지난 시즌(115개)보다 이번 시즌(153개) 더 많은 슈팅을 시도했고, 슈팅도 지난 시즌보다 16개 적게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손흥민이 기량을 회복한 것도 토트넘에 호재다. 당초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손흥민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시즌 부진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우리가 알던 쏘니’로 돌아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 손흥민을 주로 원톱 자리에 배치했다. 손흥민의 원 포지션이 윙어인 만큼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손흥민은 리그 8경기 6골을 터뜨리면서 EPL 득점 순위 2위에 올랐다.

다만 토트넘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트넘은 최근 부상으로 이탈한 솔로몬을 비롯해 브레넌 존슨, 이반 페리시치, 브리안 힐 등 측면 자원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다. 추가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토트넘은 기용할 선수가 없다. 토트넘이 오는 1월 이적시장서 측면 공격수 영입을 노리는 이유다.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의 부활도 시급하다. 작년 여름 6000만 파운드(약 99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으로 이적한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꾸준한 기회를 받았음에도 1골에 그치면서 ‘먹튀’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이번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 8경기에서 단 1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전향시킨 것도 히샬리송 부진의 영향이 크다.

국제대회 선수 차출 문제도 순위권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손흥민은 내년 1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한다. 또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 등도 내년 1월부터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코트디부아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해 전력의 상당 부분이 유출될 예정이다.

아스날의 외데고르가 경기 도중 세레머니를 하고있다. ⓒ 아스날 인스타그램
아스날의 외데고르가 경기 도중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 아스날 인스타그램

◇ ‘뼈아픈 준우승’ 아스날, 올 시즌은 다를까

아스날은 지난 시즌 전반기 내내 1위를 유지하다 후반기 미끄러지면서 막판에 맨시티에 우승컵을 내줬다. 

당시 아스날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얇은 스쿼드와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었다. 

이에 아스날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카이 하베르츠, 데클란 라이스, 율리안 팀푸, 다비드 라야를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섰다. 임대생인 라야를 제외하면 투자한 이적료만 2억 3100만 유로(약 3295억 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전력이 강화된 아스날은 이번 시즌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그 개막전서 2-1 승리를 거두며 첫 단추를 꿴 아스날은 리그 6승 2무, 16득점 6실점이라는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시즌 초반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제압하면서 승점 6점이나 다름없는 3점을 획득한 것이 컸다. 맨시티는 이날 경기 전 아스날을 상대로 리그 12연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맨시티전은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인 경기였다. 아르테타는 경기 도중 마르티넬리와 파티, 토미야스, 하베르츠를 교체했는데, 4명 모두 결승골에 관여했다. 반면 맨시티는 주포이자 에이스인 홀란드가 침묵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스날의 상승세에는 어린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외데고르는 만 24세의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주장으로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올렸으며 전 경기 선발로 나서고 있다.

만 22세인 사카는 올 시즌 리그 4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지난 2021년 5월 9일부터 이어온 EPL 87경기 연속 출장 기록도 세웠다. 이는 아스날 역대 최다 연속 출장 기록으로 사카는 아스널에 없어선 안 될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아스날에도 변수는 있다. 에이스들의 부상이다. 아스날을 이끄는 주축인 사카와 라이스가 지난 토트넘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팀 내 주축선수인 두 선수가 빠진다면 향후 선두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이적료 1078억 원을 기록하며 첼시에서 이적한 하베르츠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하베르츠는 이번 시즌 리그 5경기에서 1골 1도움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단순히 공격포인트를 떠나 경기력 자체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하베르츠가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그는 어디에 적합할까? 무엇을 위한 것일까? 아스널에 관한 대다수 의문이 하베르츠와 관련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스날이 지난 시즌 통한의 준우승을 기록한 아픔을 극복하고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기 위해선 하베르츠의 활약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축구계는 아스날이 지난 시즌 후반기 급격하게 미끄러진 배경으로 주전 선수들의 어린 나이에 따른 경험 부족을 꼽고 있다. 지난 시즌 경험을 토대로 이번 시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 아스날의 최종 성적은 기대해도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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