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억지 귀국' 닷새 만에 다시 미국行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이 경질 여부 판가름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김다빈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한 후 반년도 되지 않아 '역대 최악의 감독'이란 평을 받으며 경질론에 휩싸였다. 

경기 결과가 아닌 한국 축구팬과 축구계를 무시하는 듯한 그의 언행이 문제가 됐다. 

오는 1월 아시안컵 결과까지 좋지 않을 경우 경질은 당연처사로 보인다. 다만 이번 논란의 상당 책임이 한국축구협회(KFA)의 졸속행정에 있는 만큼 대회 결과에 따른 팬들의 신뢰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불과 지난 14일 귀국한 지 닷새 만에 K리그 2경기를 관람하고 '또' 원격근무에 나선 것.

국내에서 잠시 체류한 후 미국 자택으로 향한 클린스만 감독의 이번 출국으로, 사실상 축구팬들의 마음도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급속도로 악화하는 여론에 지난 13일 영국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후 독일을 방문하려다가 급히 한국으로 우회했다.

당시 인천공항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독일이 아닌 한국으로 온 이유'를 묻자 클린스만 감독은 "당신들이 오라고 해서 왔다"는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이 발언은 이번 출국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의 '진심'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수많은 인물이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이 가운데는 지난 1991년 최초 외국인 감독 시대를 연 데트마르 크라머(독일) 감독을 시작으로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사령탑에 선임되기도 했다.

이들 중 거스 히딩크(네덜란드)·파울루 벤투(포르투갈)처럼 박수받으며 떠난 이들도 있었지만, 울리 슈틸리케(독일)·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조 본프레레(네덜란드)처럼 비판을 받으며 경질된 감독도 존재한다.

다만 경질된 감독들은 최소한 본업에는 충실했다. 이들은 좋지 못한 경기력 혹은 대회 성적으로 인해 결별 과정을 밟았다. 감독업무는 충분히 해 온 것은 인정됐지만, 향후 국가대표팀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해 헤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최초 결과가 아닌 불성실한 업무 태만으로 인한 과정의 문제로 경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최초 K리그 2경기 연속 관람이란 조롱 섞인 기록이 언급되는 것조차 그의 태도가 얼마나 불성실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를 앞둔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뉴캐슬유나이티드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를 앞둔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뉴캐슬유나이티드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자연스럽게 이 감독을 선임한 KFA에 화살이 쏠린다. 올해 초 벤투 감독과 결별을 결정한 KFA는 다양한 인물들을 감독 물망에 올렸다. 그러나 결과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격하게 선임 논의 소식이 들리더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결정된 것이다. 

클린스만 부임 후 미하엘 뮐러 KFA 국가대표전력 강화위원장이 기자들을 모아 이를 설명하려 했지만,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이유는 전혀 없었다.

즉 KFA 내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강하게 추천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정몽규 KFA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정 회장이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HDC그룹 등을 포함한 현대가(家)가 한국축구 발전에 상당 부분 이바지한 점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 회장 본인의 개인적인 이유로 해외에서도 재택근무·업무태만으로 비난을 받고 있던 클린스만 감독을 굳이 데려온 것은 스스로 나서서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치하는 것 또한 클린스만 감독이 그런 것처럼 축구 팬들과 축구계를 무시하는 일임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현재 KFA 측은 누구 하나 나서서 명쾌하게 '왜 클린스만 감독이 저토록 당당하게 부업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에 답하지 않고 있다. 

계약서상 이를 허용한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인지 혹은 KFA도 예상하지 못한 활동들인지 정몽규 회장의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소위 이번 클린스만 사태 폭풍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월이면 카타르에서 축구 팬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63년 만의 우승컵이 걸린 'AFC 아시안컵'이 개최된다. 아시안컵 결과가 좋지 않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부정적 여론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KFA는 이 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이에 대회 전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회유책 혹은 아시안컵서 긍정적인 성적을 낼 수 있는 해결책을 반드시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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