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LFP 앞세워 中 배터리사 기세 등등
국내 배터리 업계도 LFP 배터리 시장 확대 대응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LFP 확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오토쇼'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우카이 수석과학자가 kg당 최대 500Wh의 에너지 밀도를 낼 수 있는 배터리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오토쇼'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우카이 수석과학자가 kg당 최대 500Wh의 에너지 밀도를 낼 수 있는 배터리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비중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며 1위 LG에너지솔루션을 바짝 쫓고 있다. LFP 배터리 채택의 증가로 올해 안에 순위가 바뀔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올해 1~7월 판매된 글로벌전기차(EV, PHEV, HEV)의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68.5GWh로 전년 동기 대비 56.8% 성장했다. 중국의 CATL은 109.3%(46.4GWh)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1위 LG에너지솔루션(47.4GWh)을 바짝 쫓고 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56% 성장에 그쳤다. SK On(15.2%)과 삼성SDI(10.5%)도 상대적으로 성장폭이 줄어들며 점유율을 잃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은 한국이 48.5%, 중국이 28.8%로 아직 격차가 있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으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 中 배터리사, 최근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핵심은 LFP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의 약진은 LFP 배터리 덕분이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정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수요가 늘고 있다. 

그동안 LFP 배터리를 채택한건 주로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이었는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국 정부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부담이 커진 것이 이유다. 중국과 영국은 아예 올해부터는 보조금을 폐지했다. 독일도 보조금을 축소하고 2025년부터는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3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도 2021년 94%, 2022년 67%, 올 상반기 50%로 감소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도 2021년 157%, 2022년 95%, 올 상반기 44.1%로 내려 앉았다. 

전기차 시장이 포화되면서 가성비 보급형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이 때문에 전기차 업체는 자연스럽게 원가에서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줄이려하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가 매력적이게 된 이유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작년 31%까지 급증했고, 내년에는 6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중국에서는 LFP 배터리의 전기차 탑재 비중이 70%에 달했다.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을 핵심 원료로 한다. 가격대가 높은 니켈과 코발트가 들어가지 않아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상당히 보완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0년 중국 LFP 배터리의 팩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120~140Wh/kg 수준이었으나 최근 양산 능력 기준 LFP의 셀 단위 에너지밀도는 최대 155~160Wh/kg까지 향상됐다. 2022년 중국에서 판매된 LFP와 삼원계의 평균 에너지 밀도는 각각 128Wh/kg와 154Wh/kg였다.

CATL은 자사가 최근 공개한 LFP 배터리가 10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증이 필요하지만 사실이라면 LFP가 가진 기술적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2공장 © 뉴시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2공장 © 뉴시스

◇ LFP 생산 나서는 韓 배터리 3사…삼원계 경쟁력도 여전

중국 업체들의 이 같은 성장세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LFP 배터리의 시장 확대에 대응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생산라인을 LFP 생산으로 전환해 ESS용 배터리를 출시했고, 미국 애리조나에는 세계 최초 ESS 전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들어가는 배터리 수요도 늘고 있다.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긴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온도에 민감해 ESS에 적합한 LFP 배터리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SK온은 지난 3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미 작년부터 LFP 배터리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던 SK온은 올해 안에 LFP 배터리 셀 개발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LFP 전환에 미온적이었던 삼성SDI 역시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적을 것으로 본다. 

이미 예전에 LFP 배터리를 생산한 경험도 있고 오랜 업력에서 획득한 노하우로 공정을 빠르게 최적화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인 만큼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기존 우리 배터리 업체가 무게를 뒀던 삼원계 배터리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전기차 시장이 분화되면서 저렴한 배터리 수요가 저가 모델 중심으로 확대된 것일 뿐,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 시장이 잠식당한 건 아니다. 

아울러 기술 발전 과정에서 LFP 배터리도 약점으로 지적된 에너지 밀도를 올리기 위해 다른 소재를 추가하고 동시에 삼원계 배터리도 약점으로 지목된 열폭주를 줄이고 원가를 낮추는데 힘쓸 전망이다.

이를 위해 망간 같은 저렴한 소재의 비중을 올리는 만큼 기술이 발전할수록 양 진영의 가격대비 성능은 어느 정도 수렴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 여건도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6월 유럽의회가 ‘지속가능한 배터리법’를 통과시켰다.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의무적으로 회수하고 배터리 생산시 재활용 원료를 일정비율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는게 핵심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삼원계에 비해 저렴한 소재를 사용하는 LFP는 폐배터리를 수거해 원료를 회수하려 해도 오히려 공정비용이 더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배터리 3사가 북미 공장 신설에 투자한 금액만 45조 원에 달한다. 이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5년이면 삼원계 배터리도 다시 도약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북미 투자의 성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점유율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FP 배터리 관련해서도 “LFP 배터리 생산은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중저가 엔트리 모델 쪽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진행을 한 것”이라면서 “고객의 상황에 맞는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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