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레알, 국내서 멀티 브랜드 전략 속도 높일 듯
한국GM, 주력 차종 2대뿐…신차 출시 당면 과제

한국GM 신임 사장 헥터 비자레알. © 한국GM
한국GM 신임 사장 헥터 비자레알. © 한국GM

민주신문=승동엽 기자|헥터 비자레알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달 전임 로베르토 렘펠 사장에 이어 새롭게 수장에 오른 그는 한국GM이 9년 만에 일군 흑자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비자레알 사장 앞에 놓인 여건은 나쁘지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GM이 모처럼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회사에 안정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한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글로벌 시장에서 안착하면서 사장으로서 순조로운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는 전임 렘펠 사장이 쌓아올린 치적(?)이다. 지금의 상황에 안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에게는 렘펠 사장이 일궈 놓은 반등의 기틀을 발판 삼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 비자레알은 누구?

한국GM의 새로운 운전대를 붙잡은 헥터 비자레알 신임 사장은 전형적인 ‘하이브리드형’ 인물이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 제품 라인업 계획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한 인사다.

그는 1990년 GM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과 멕시코에서 산업 엔지니어 매니저와 차량 라인 임원으로 근무하며 전략과 기획 분야도 담당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GM에서 기획 및 프로그램 관리 부문 부사장을 역임하며 3년간 근무했다. 이 기간에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키고 중장기 차량 출시 계획을 주도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동향과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그가 러시아·멕시코·동남아시아·중앙아메리카 등 다양한 시장을 거친 만큼 한국 시장에 걸맞는 전략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M 한국사업장 헥터 비자레알 사장이 지난 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창원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전략 모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한국GM
GM 한국사업장 헥터 비자레알 사장이 지난 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창원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전략 모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한국GM

비자레알 사장은 먼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주력 모델을 앞세워 판매 증진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또한 한국GM이 올해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멀티 브랜드 전략에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2020년 GM 멕시코·중앙아메리카·카리브해지역 판매·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을 지내며 멕시코 등 14개 지역에 멀티브랜드 전략과 딜러십 네트워크를 주도한 바 있다.

다만 리더십에 있어서는 그의 행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비자레알 사장은 지난 2019년 7월 GM 동남아 사장에 취임한 지 1년 만에 쉐보레 브랜드 실적 부진을 이유로 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공장을 중국 창정자동차에 매각하고 직원 1500명을 전원 해고한 이력이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판매되는 브랜드가 위기를 겪게 될시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취임 직후 연이어 부평·보령·창원공장 등 모든 제조 사업장들을 방문하며 현장 중심 소통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당초 우려됐던 올해 임단협에서도 성과급 1000만 원 지급, 기본급 7만 원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상태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과 댄서 허니제이가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과 댄서 허니제이가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렘펠作 ‘트레일블레이저’ 뛰어넘어야

한국GM은 올 상반기 국내외 시장에서 총 21만4036대를 팔아 지난해(12만2756대)보다 무려 74.6% 판매량이 증가했다. 내수에서는 1만8984대를 팔아 지난해(1만7551대) 대비 8.2% 증가했다. 수출은 지난해(10만5205대)와 비교해 85.7% 늘어난 19만5322대를 달성했다.

한국GM이 올 상반기 올린 성적은 은퇴한 로베르토 렘펠 전 사장의 리더십 덕분이다. 지난해 6월 한국GM 수장에 오른 렘펠 전 사장은 부임 1년여 동안 그가 공언했던 내수·수출 성장은 물론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출시 등의 목표를 달성하며 판매 부진에 시달렸던 한국GM을 반등시켰다.

특히 이 중심에는 이른바 ‘렘펠차’로 불리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있었다. 그는 한국GM이 가장 악재에 빠졌을 때 한국에 와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 차종이 바로 트레일블레이저다.

그는 2015년 GMTCK 사장으로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후 트레일블레이저를 개발 단계에서부터 진두지휘했다. 렘펠에게는 한국에 온 후 첫 중대 임무였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은 렘펠이 한국GM의 수장이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렘펠이 경영자이면서 엔지니어로서의 능력을 동시에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 2020년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GM의 전략 차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62만여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다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신임 사장인 비자레알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과제임에도 분명하다. 현재 한국GM이 밀고 있는 주력 차종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2종뿐이다.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그에게 있어 당면 현안은 바로 신차 출시인 것이다. 한국 GM이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 재정립에 나서며 GM 산하 브랜드의 국내 도입에 힘을 주고 있는데, 경쟁 업체에 비해 라인업이 부족한 상태다.

쉐보레와 캐딜락, GMC 등 3개 멀티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지만 실제 판매량에 힘을 주는 차종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크로스오버 두 대뿐이란 얘기다. 지금의 흑자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램펠차’인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비자레알표’ 무언가를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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