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3%대로 반등…농산물도 5.4% 오름세
추석 선물 세트, 중고거래 및 할인 행사 통한 '알뜰 소비' 대세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이은 태풍과 길어지는 폭염 등 작황 악화에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추석 물가 상승까지 겹쳐 명절 상차림 비용이 평년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특히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달 다시 3%대로 올라서면서 고물가 흐름은 추석 명절에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추석 명절 상차림을 두고 ‘임금님 밥상’이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으로 전년보다 3.4%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월 5.2%로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6월 2.7%로 2%대에 복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후 7월에도 2.3%로 둔화했으나 8월 반등했다.

◇ 사과 값이 ‘금 값’…상차림서 과일 빠질까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달 급등한 것에는 농산물 가격 고공 행진과 지난해 고유가에 따른 기저효과 축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농산물은 5.4%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과실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3.1% 상승했다. 사과, 복숭아, 수박 등이 각각 30.5%, 23.8%, 18.6% 올랐다. 특히 참외와 사과의 경우 당장 전월과 비교해 봐도 각각 18.9%, 12.1%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사과(홍로·상품) 10㎏의 도매가격은 7만7260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4만8055원) 대비 무려 60.8% 비싼 수준이다.

배(신고)의 도매가격도 15㎏ 기준 6만3780원으로 1년 전(4만9770원)과 비교해 28.1% 높았다. 같은 기간 복숭아(백도), 포도(캠벨얼리) 등도 전년 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3% 올랐다. 전월(5.9%)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전체 물가 상승률이 3.4%라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채소류 가격은 1.1% 내려갔으나 전월 대비로 보면 16.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폭염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중 배추와 시금치, 무 등이 각각 42.4%, 59.3%, 34.2%로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 연휴는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6일로 늘어나면서 늦캉스를 계획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주춤하던 고물가가 갑작스럽게 반등하면서 추석 당일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고 여유롭게 늦캉스를 즐기려던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 그리팅 '설 차림용 건강반찬'.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현대그린푸드 그리팅 '설 차림용 건강반찬'.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 명절 선물 세트도 ‘알뜰 소비’ 대세

고물가에 추석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명절 상차림 고민이 깊어지자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으로 명절 선물 ‘알뜰 소비’를 계획하고 있다. 선물 세트에서라도 지출을 줄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특히 이마트에서 두드러졌다. 이마트는 지난달 10일부터 최대 4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사전 예약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전 예약 판매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마트가 지난 4일까지 사전 예약 실적을 확인한 결과 총 26일간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2.2%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이마트 한우 냉장세트 매출은 전체 사전 예약 세트 신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46.1%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이마트는 한우 공급 증가에 따른 시세 하락에 발맞춰 명절 한우 선물 세트 가격을 5년 만에 인하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로 인식되는 한우 냉장세트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추석 행사 대비 22% 저렴하게 내놓은 ‘샤인머스켓 3입세트’는 현재까지 약 1000세트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샤인머스켓 역시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품목이다.

이마트는 ‘특선 영광 참굴비 2호’ 세트도 1000개 이상 판매됐다. 이는 작년 대비 약 9배 높은 판매량이다.

이마트는 현재 ‘특선 영광 참굴비 2호’ 세트를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시세 상승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가격 부담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아예 추석 선물 세트를 중고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아직 명절까지 2주 넘게 남았음에도 온라인 중고마켓에는 명절 선물을 싼값에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홍삼과 화장품 등 추석 명절 선물용 새 제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할인율은 20%에서 많게는 30~4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명절 선물 중고거래 시 가이드라인을 통햐 판매금지 품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주류는 개인이 거래할 수 없는 품목”이라며 “홍삼이나 녹용,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도 영업 신고 없이 개인이 사고 팔 수 없다. 자칫하다 처벌될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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