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경영권 성명서 발표·경영진 해임 요구 등 적극
“SNS 등 개인투자자가 정보 접할 수 있는 창구 다양화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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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이한호 기자|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파는 것밖에 방법이 없던 개인투자자가 변했다. 최근 인식 변화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아주 적은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도 목소리를 모으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 매각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 경영권 이슈에 의견을 내고, 회사 정상화를 위한 연대를 하는 등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일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는 HMM의 소액주주들은 중앙일간지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게재했다. 산업은행이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는 논리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HMM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해 소액주주들이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HMM의 소액주주들은 8월 말 산업은행의 투자적격 후보 선정을 앞두고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인수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주 위임장을 모아 인수 지지 성명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후 8월 30일 산업은행이 최종적으로 하팍로이드에게 최종입찰 자격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소액 주주들의 입김은 더욱 거세졌다. 산업은행의 ‘이익의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는 논리를 인용하며 HMM 인수전에 나선 국내 기업보다 더 높은 인수가를 써낼 가능성이 높은 하팍로이드를 투자적격 후보에서 배제하는 건 배임이라는 주장이다.

회사가 직접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에 나서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BNK금융지주는 개인 주주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BNK금융지주는 그동안 소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만 분기 기업발표회를 공개했다. 하지만 2분기 기업발표회는 언론과 소액주주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을 통한 공개 방식으로 전환한 데 이어 아예 개인주주만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까지 개최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설명회에서는 최근 발생한 금융지주 산하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은 물론 경영 현안과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같은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해 날카롭게 질의하며 애널리스트 못지않은 전문성을 자랑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지난 8월 29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 결과 대유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대유의 대표이사인 김우동 회장이 2021년 9월 앤디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드러나 구속수사를 받으며 4월 27일 주식 거래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대유의 소액주주들은 6월 13일 3명의 주주 소모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공동 보유 주식 위임 운동을 전개해 불과 한 달만인 7월 13일 공시를 통해 지분 5.19%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직후인 9월 5일엔 13.05%를 확보했다고 공시한 소액주주연대의 목표는 9월 26일 임시주주총회 전까지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우동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 이사회 전원을 해임하고 전문 경영진을 선임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목적이다.

대유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처음엔 일반 주주 세 명이 우연히 단톡방에 모였다”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소액주주라도 다 같이 모이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 싶어서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소액주주들은 회사 경영에서 배제돼 불합리한 대우에도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행동주의 펀드 등 전문 투자자가 아닌 소액주주들이 단기간에 13%의 지분을 모은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대유 소액주주연대는 정부에 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전과가 있는 사람도 어떤 검증 없이 경영진이 될 수 있었던 게 대유가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오너 리스크 및 경영 위험을 투자자에게 공지하는 ‘지배주주 및 임원의 전과 기록 공시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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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경제계에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이유로 SNS의 발달과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더믹을 거치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참여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카페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가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  

또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된다는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고, 기업 역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는데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행동주의 펀드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해 기업에 자산 매각·배당 확대·자사주 매입·구조조정·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특징을 가진 펀드를 의미한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개인투자자들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예전보다 지식수준이 많이 나아졌다”면서 “주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권리들을 행사하면 주식시장 발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국에는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제한돼 있다”며 “주주 대표 소송 제기 요건의 완화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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