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맥주 판매량 304% 급성장
‘아사히 생맥주캔’ 품귀현상 여전…유니클로‧도요타 등도 부활

일본 맥주 업체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민주신문 최경서 기자
일본 맥주 업체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민주신문 최경서 기자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한 동안 주춤했던 ‘노 재팬(No Japan)’이 재점화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오히려 ‘예스 재팬(Yes Japan)’ 분위기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달 대비 304.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일주일(8월 22~28일) 전후로 매출을 분석해보면 직전 주 대비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매출 신장률이 3.9%인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더 많았다.

수입량 역시 크게 늘었다. 무역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7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양이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7985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2019년 7월(5132t)은 물론이고 바로 직전 해인 2018년 7월(7281t)보다도 많다.

앞서 국내에선 일본을 불매하는 노재팬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19년 7월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선언하면서부터다. 그러나 현재 일본 제품 및 애니메이션 등이 인기를 끄는 등 사실상 ‘노 재팬’은 끝난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일본 맥주 업체 아사히가 선보인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일부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여전히 ‘오픈런’이 일어날 정도로 구하기 어렵다.

불매운동의 본보기가 됐던 유니클로도 지난해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옷 시장에서 매출 1위를 탈환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80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영업이익도 1348억 원으로 73%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도라에몽 협업 제품 '동글동글 단팥만쥬'. ⓒ뉴시스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도라에몽 협업 제품 '동글동글 단팥만쥬'. ⓒ뉴시스

특히 유통업계는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포켓몬 빵’도 성공 이후 국내 식음료, 채널을 중심으로 산리오 캐릭터즈, 도라에몽, 케로로 등과 IP(지적재산권)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대유행을 탔다. 유튜브, SNS 등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패러디해 ‘XXX의 문단속’으로 제목을 지어 올리는 영상이 줄지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스즈메의 문단속 등장 캐릭터인 ‘다이진’의 굿즈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업계에선 일본 문화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MZ세대’ 영향으로 ‘노 재팬’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세대를 콕 집을 수는 없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 등이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핫한 ‘다나카상’이나 ‘마츠다 부장’ 등도 MZ세대에게 인기”라며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도 MZ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살펴보면 MZ세대들의 ‘반 No Japan’ 분위기가 퍼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품 구매 시 구매자가 얼마나 만족할 수 있냐가 우선일 뿐 국적이 어디냐를 따지는 것은 넌센스라는 이유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일 감정이든 친일 감정이든 모르겠고, (일본 제품 소비는)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노 재팬은 깨어 있는 척하는 국민들의 헛된 애국심”, “전형적인 한국인의 물타기” 등 ‘노 재팬’을 향해 적대심을 드러내는 글이 다수 게시돼 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에 한국은 한때 일본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입맛에 맞는 상황만 골라서 불매운동을 하는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조롱까지 당했다.

일본 경제잡지 겐다이비즈니스는 “한국인은 일본 제품을 구입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즐길 때 불매운동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포켓몬 빵 열풍을 보면 노 재팬은 이미 과거의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노 재팬은 끝났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떠들썩한 시기가 아닌가”라며 “불매운동은 개인의 자유로 존중해줘야 하지만 오염수 이슈 이후로 오히려 일본 제품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과거 불매운동을 왜 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