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는 홈쇼핑업계 매출…반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약 8% 인상
매출 절반 이상이 송출 수수료…수수료 비율 협상은 ‘지지부진’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방송 화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롯데홈쇼핑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방송 화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롯데홈쇼핑

민주신문=최경서 기자|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송출수수료 인상을 두고 대립을 이어가던 홈쇼핑사들이 결국 방송 중단을 선언한 것.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에 이어 CJ온스타일이 케이블 방송사 LG헬로비전에 다음 달 말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홈쇼핑사가 자체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 송출 중단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양주‧동두천‧포천‧연천)를 비롯해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일부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이들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해당 지역 LG헬로비전 가입자는 약 368만 가구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오는 10월 1일부터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 티브이를 통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 송출 중단 ‘도미노 현상’ 우려

이들 간 갈등의 씨앗은 송출수수료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는 일종의 채널 임대료다.

롯데홈쇼핑에 이어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까지 홈쇼핑사가 블랙아웃이란 초강수를 둔 것은 TV홈쇼핑 업체들의 실적이 꺾이고 있는 반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오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7개 TV홈쇼핑사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급한 송출 수수료 규모는 2013년 9645억 원에서 연평균 8%씩 상승해 지난해 1조9065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TV홈쇼핑 업체들이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가 이들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3%에서 65.7%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매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홈쇼핑 업체 4개 사(CJ·롯데·GS·현대)의 영업이익 총합은 12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15억 원 대비 4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약 6% 줄어들은(2조2572억 원)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방송 송출 중단 사태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령별로 방송매체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로 꼽은 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60대의 경우 72.8%에서 52.5%로 줄었고, 50대는 50.2%에서 31.8%로 떨어졌다. 특히 40대는 23.8%에서 9.2%로 사실상 40대 대다수가 TV를 일상의 필수 매체로 여기지 않고 있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유료방송의 영향력은 유튜브, 개인방송 등 뉴미디어 콘텐츠의 범람으로 매년 하락세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6개월 평균 3624만8397명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대비 24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증감률은 0.67%에 그친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1% 미만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는 사실상 가입자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에 홈쇼핑사들은 TV시청자가 줄어든 만큼 송출수수료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9일 대전 스카이로드에서 열린 동행축제 개막식 행사장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홈쇼핑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뉴시스
지난 5월 9일 대전 스카이로드에서 열린 동행축제 개막식 행사장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홈쇼핑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뉴시스

◇ 트렌드 변화…‘라이브커머스’ 시대로

이처럼 시청자는 줄고 송출 수수료 부담은 커지자 홈쇼핑업계는 아예 손을 떼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현재 이들 홈쇼핑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송출 수수료로 지불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대홈쇼핑의 연간이익은 2020년 1557억 원에서 지난해 1127억 원으로 430억 원 감소했다. CJ온스타일도 같은 기간 1798억 원에서 878억 원까지 떨어졌다.

롯데홈쇼핑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방송법 위반에 따른 새벽방송 중단 여파까지 겹치면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60억 원에 불과하다. 무려 전년 동기 대비 89.8% 하락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TV 시청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방송 송출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방송 송출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홈쇼핑에 의존하던 중소기업·소상공인도 최근 들어선 인플루언서를 통한 라이브커머스나 자체 유튜브 등 뉴 미디어에 힘을 주고 있다.

판매 수수료가 무려 매출 30%에 달하는 홈쇼핑과 달리 섭외비 정도만 투자해도 되고 자체 콘텐츠는 추가 수입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물가상승률 등을 근거로 매년 송출 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변화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은 송출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각종 정부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도 많다.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긴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정부까지 나섰지만 해법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히려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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